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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 불상군을 찾아서] (9) 약수골 목 없는 석조여래좌상

목 부러진 입불상이나 부처님 자비 가득

이종기 시민기자 등록일 2018년08월02일 17시18분  
경주 서남산 석불조각.
약수골은 서(西)남산 ‘경애왕’능에서 깨어진 석불 3조각이 나란히 놓여있는 작은 길을 지나 비파 뒷마을을 통해 약수 골로 오른다. 눈병에 특효가 있는 맑고 좋은 약수가 나온다 하여 예부터 ‘약수골’로 전해온다. 금오산 정상까지 2㎞ 정도, 두어 시간쯤 소요되는 거리이다.
경주 서남산 경애왕릉.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땜에 발길이 힘들지만, 새소리와 대나무 서걱거리는 소리에 귀는 즐겁다. 물길 따라 좁은 산길로 그리고 숲 터널로 지나고, 또 짐승같이 생긴 기이한 바위들을 지나면서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숨이 가쁘기 시작한다. 대나무 우거진 터널을 지나니 바로 눈앞에 목이 없는 석조여래좌상이 나타났다, 주변에는 대좌 석면 조각이 몇 개 흩어져 있다.

대좌 없이 맨땅에 결가부좌하고 불편하게 앉아있는 불상은 목이 없고, 왼손 엄지손가락도 잘려나갔다. 무척 불안하고 처절한 형색이다. 높이 100여㎝, 어깨너비 80여㎝,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상호가 원만하지 못해 보이는 게 무척 안타깝다.
경주남산 약수골 여래입상.
편단우견에 왼손은 무릎 위에 선정인을 하고, 오른손은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석불에는 거무칙칙한 속진, 푸른 이끼들이 몸을 둘러 꽉 붙어있다. 돌꽃처럼 풍상을 겪은 노불로 보이지만, 씻지 못한 땟자국처럼 보기 딱하다. 불상 왼편에는 연꽃 대좌 조각들이 뒹굴어져 있고, 땅속에도 묻혀있다.

불상에서 한 40여m 위에는 절간에 있음 직했던 축대들이 많이 널려있다. 이 근처 어딘가에 절이 있었고, 그 절에 있던 불상이 아래로 굴러떨어져 이 모양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불상 주변은 깨끗하다. 저만치 대나무 빗자루가 보인다. 행인들이 불상 주변을 정갈하게 쓸어놓고 가는 것 같다.

울창한 숲 속에 높이 약 9m, 너비 약 4~5m, 거대한 직사각기둥 모양의 자연 바위 면에 각인된 마애대불도 역시 불두가 없어 허전하고 짠하다. 모든 형상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거대한 입불상이 마치 승천하는 모습으로 장대하고 환상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머리는 없지만, 불상 몸체는 통견을 하고 있고, 가사 주름이 매우 뚜렷한 선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특히 왼쪽 가슴에 살짝 올려있는 왼편 수인은 날씬한 여인의 가냘픈 섬섬옥수처럼 멋지고 수려하고 예쁘고 아름답다.
경주 남산 약사골 목없는 석조여래좌상.
대불의 머리는 떨어져 흔적이 없지만, 목 부위는 삼도의 일부와 함께 100여m 계곡 아래에 떨어져 굴러 박혀있다. 그리고 넓이 70여㎝나 되는 대불의, 따로 만든 한쪽 발을 찾아, 몸체 아래에 붙여 놓았는데 거꾸로 붙어있어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불상 근처에 좁은 벼랑길이 있고, 밧줄이 길게 처져 있어 줄을 타고 대불의 어깨부위 쪽에 올라섰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큰 구덩이는 빗물 말랐는지 오래고, 그 좌우에 귀가 달렸던 아랫부분 ‘귓밥’으로 파인 흔적이 어렴풋이 보인다.

샘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로 내려가 물 한 족자를 떠 마셨다. 간장을 얼리는 듯 차갑고 시원하다. 또 한 족자를 떠서 눈을 씻으면서, 눈 건강을 대불께 빌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금오봉 정상을 향해 발길을 다잡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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