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현장 점검-포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휴업중인 포항철강4산업단지내 스틸플라워 포항공장의 문에 굳게 닫혀 다시 열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철강 과잉 생산, 이로 인해 이어지고 있는 보호무역장벽 강화 등 한국 산업의 동맥이었던 철강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심장에 서 있는 포항시의 산업도 새로운 변환점에 섰다.

포항은 지난 1973년 포스코가 첫 쇳물을 뽑아낸 뒤 불과 4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철강산업도시로 그 위상을 굳혀 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잇따른 악재들로 인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철강산업 발전 그래프가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 창업 이후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며 세계 1위 자리까지 넘봤던 포스코마저 지난 2015년 사상 첫 적자사태가 빚어졌으며, 관련 철강산업 전체가 바람 앞의 등잔처럼 흔들렸다.

포항산업 중심지인 철강산업단지는 조선 수주절벽·자동차 판매 감소·풍력타워를 비롯한 철구조물 사업 감소 등 관련 산업이 동시에 추락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더욱 큰 문제는 동국제강·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중심이 당진지역으로 이동한 데다 한계산업으로 치닫고 있는 철강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포항은 물론 한국 철강산업 전체가 새로운 변화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한때 정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300기업에 들었던 아주베스틸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언제 옛 영광을 되찾을 지 기약되지 않고 있다.
◇삼중고에 허덕이는 한국 철강산업.



△국제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세계적 경기침체와 철강소비산업 부진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는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이어졌고, 그 여파가 가장 크게 닥쳐온 곳이 철강산업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서 교역량이 급감하자 한국 산업의 또 다른 축이었던 조선산업이 위축되기 시작해 지난 2015년 국내 대다수 조선업계가 수주절벽으로 인한 부도사태가 빚어졌다.

정부가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수주물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내년 상반기에나 국내 철강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철강수요가 늘어나더라도 수주한 선박 가격이 국제금융위기 이전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황이어서 조선업계나 철강업계 모두 채산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이미 올 초부터 선박용 후판 가격을 올리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인상, 인건비 인상 등 모든 원가가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라 양측 업계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또 조선업계에 후판을 납품하는 업체들 역시 단가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가동률이 뚝 떨어진 상황이어서 적자를 감내하고서라도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세계적 철강 과잉 공급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최근 10년간 계속된 세계적 경기침체는 세계적 철강 과잉공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고, 이는 또다시 보호무역장벽 강화로 이어졌다.

지난 1990년 7억7000만t에 불과하던 세계 철강생산량은 2014년 16억6000만t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세계 철강 생산 및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본격적인 국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산량을 급증시키면서 연간 8억t 이상의 생산설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함께 중국도 북경올림픽 이후 개발사업이 대폭 줄어들면서 매년 1억t 이상의 철강제품이 과잉생산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한다면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않는 작은 제철소와 노후 제철소만 감축했을 뿐 오히려 거대 철강회사를 만들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로 인해 중국은 올 1분기에만 무려 2억1200만t의 쇠를 생산해 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국 내부에서조차 “조강 생산량 급증이 철강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남아도는 철강제품을 낮은 가격이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철강시장이 교란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강화하는 사태로 빚어졌다.

올해 들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중국과 EU가 맞불을 놓기 시작했고, 새로운 철강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도 들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침체와 중국발 세계 철강 과잉생산이 세계 철강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한국 철강산업이 삼중고를 겪게 됐다.
한국 철강산업의 심장인 포스코도 지난 2015년 사상 초유의 적자사태를 빚었으나 4년간에 걸친 구조조정과 WP제품 판매강화 등으로 가까스로 위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 포항제철소 전경.
◇위기의 포항 철강산업.



△급감하는 철강 생산규모

포항 철강산업 생산량은 크게 포스코와 포항철강산업단지로 나눠 집계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3년 만에 연결기준 매출액이 60조원을 넘어섰으며, 별도기준으로 28조5538억원, 영업이익 2조9025억원, 순이익은 2조5457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2015년 사상 첫 적자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올해도 2분기까지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3분기 역시 중국 지역 철강소비량 증대로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부터 방대했던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고부가제품이자 비경쟁제품군인 WP 제품 판매량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매출규모 확대 및 이익 확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나 철강수요산업에 의존하는 철강산업단지 내 업체들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철강공단 내 342개 공장 중 317개가 가동되면서 국제금융위기 이후 절정기를 맞았다. 생산현황에서도 2012년 총생산액이 17조7000억원, 2013년 16조200억원, 2014년 17조600억원을 기록했으며 근로자 수도 2011년 4월 1만6632명에 달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침체로 인한 조선 등 철강수요산업 위축과 세계적인 철강 과잉생산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생산액이 13조7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조4000억원 가량 뚝 떨어진 뒤 2016년에는 11조7000억원까지 떨어졌다. 2014년 이후 2년 만에 철강공단 총생산액이 무려 32%나 빠졌다는 의미다. 이후 지난해 철강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총생산액이 13조900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지난 2014년에 비하면 여전히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출액 역시 지난 2014년 43억3000만 달러에서 2015년 32억5700만달러로 줄어든 뒤 2016년에는 26억1200만달러로 2년 새 무려 40%나 빠졌다.



△늘어나는 휴·폐업, 줄어드는 근로자.

철강공단의 생산규모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동국제강 포항제강소의 공장 축소였지만 지난 2011년 이후 산업단지 동향을 살펴보면 철강산업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항철강공단은 지난 2011년 1월 330개의 공장이 입주해 301개가 가동 중이었으나 올 5월 말 현재 348개 공장 중 가동공장은 305개로 전체 공단입주업체 중 무려 12%인 43개 가 휴·폐업하거나 가동중단 중이다.

특히 가장 늦게 입주한 4공단의 경우 전체 91개 업체 중 가동 중인 곳은 68개(74%)에 불과하며, 장기 휴·폐업 중인 업체만 12개에 이른다. 이 중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월드클래스 300 (WC 300)기업으로 선정됐던 아주베스틸까지 포함돼 있다. 에너지용강관전문업체인 아주베스틸은 2013년 대미 수출 호조세로 각광을 받았으나 이후 오랜 저유가 및 원유감산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올 초 일부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미국 무역확장법 232호 발동에 따른 쿼터제 적용으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은 채 오는 20일 관계인 집회를 갖기로 한 상태다.

이처럼 생산규모가 줄어들고, 휴·폐업 또는 가동 중지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1년 4월 1만6632명에 이르던 공단 근로자 수가 2015년 3월 1만6000명 선 이하로, 2016년 4월 1만4000명 선으로 내려간 뒤 올 5월 현재 1만4453명으로 감소했다.

이 숫자도 5월 말 현재의 것으로 이후 3개월간도 계속 근로자 감소가 이어져 1만4400명 선도 무너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포항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철강업계 근로자가 급감하면서 포항시 인구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결국 철강산업 위축이 도시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포항시 인구는 지난 2015년 52만4634명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 51만9천216명으로 무려 5060명이 줄어들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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