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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병원장

신체 상태를 평가할 때는 많은 객관적인 자료나 지표나 측정치가 있다. 만약 열이 난다면 체온계로 열을 잴 수 있으며 혈압이 높다고 하면 당연히 혈압계로 그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장관 장애를 검사 할 때 내시경이 유용하며 암이 걱정되면 조직 생검을 할 수 있고 만약 뇌경색이 의심될 땐 정밀한 뇌 영상 촬영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 내릴 수 있으며 심지어는 로봇이 몸속을 휘젓고 다니며 진단을 하기도 한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한 혜택이다.

정신 상태는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우울하다고 호소하면 어떤 기준으로 그 우울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하면, 혹은 마음이 휑하고 긴장이 되고 집중이 안 되며 머리가 뻑적찌근하게 아프면서 가슴에 돌덩어리 얹어 놓은 듯 묵직하고 화가 올라와서 속이 화끈거리고 잠을 잘 못 잔다고 호소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그런 증상들을 판단하고 평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정신상태를 평가하는 데에는 정밀한 기계가 사용되지도 않으며 정확한 잣대도 없고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정신상태 평가는 순전히 전문가의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마음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과 면담을 통해서 그 사람의 정신증상과 증후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진단을 해 내어야 한다. 그러나 점쟁이 신수 보듯 그냥 추측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되며 쪽집게 요행수로 진단을 내려서도 안 된다.

정신상태 평가는 체계적이어야 하며 전문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상태를 평가할 때 약 7가지 정도의 항목을 잘 평가해서 진단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우선 환자의 외모나 행동과 정신 활동 상태 및 태도를 첫 번째로 평가한다. 외모나 태도가 불안정 해 보이는지, 이상하게 보이는지, 나이나 경력에 맞게 적절해 보이는지 협조적인 태도인지 경계하는 태도인지, 계절이나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지 혹은 매우 기이하거나 부적절 해 보이지는 않는지 이런 것들을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관찰해 내야 한다. 많은 정보들이 여기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전문가는 그것을 찾아내어야 한다. 예를 들면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외투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면담실에 들어 와서는 낮고 작은 목소리로 경계하면서 면담자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의 외모나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사람이 있다면, 전문가라면 ‘이분이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거나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고의 문제가 있거나 관찰 당하고 있는 듯한 두려움 등을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 사람의 주된 문제를 파악해야 그 후 면담은 그 주된 문제에 집중해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데 그 주된 문제를 놓치게 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깨어지게 되고 이후에 이루어지는 면담들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관계에서도 처음 대하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과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해 내어야 하는 전문가와의 관계에서 이 첫 외모나 태도나 행동에 묻어 있는 많은 정신상태의 정보들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전문가에게 요구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분과 정동 표현을 잘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며 그 적절성까지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는 그 사람의 사고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사고는 사고의 과정과 사고의 내용으로 구분하여 평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머지 그 사람의 ‘말, 지각, 감각과 인지, 판단과 병식’ 이런 7가지 정도의 항목을 평가하고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상태를 평가하는 것에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으므로 더더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함부로 진단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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