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미국의 한 정치인이 세계를 감동 시켰다. 팔순의 노정객이 수술 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의회에 나타났던 것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병상을 박차고 애리조나에서 워싱턴까지 3000㎞를 날아와 의회 표결에 참석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정치인의 책무를 다한 감동의 주인공은 공화당 상원의원 존 매케인이었다.

국민으로부터 ‘미국의 양심’이라는 찬사를 듣는 매케인은 2014년에도 자신의 ‘소신정치’ 진면목을 과시, 감동을 선사했다.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민주당 소속 일리노이 주지사의 비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 각자는 정당과 철학이 다르고 의견도 다를 수 있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통합과 협력을 원한다”며 “오바마 정부에 협력해 앞으로 마련될 경기부양책 법안에 기꺼이 서명하겠다”고 다짐 ‘나라가 먼저(Country First)’라는 매케인의 대승적 정치 소신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개인이나 당파의 이해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 모범생 매케인은 전쟁영웅에서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이다. 29세에 베트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 공산당에 포로로 붙잡혀 5년 반 동안 고문과 독방 감금을 겪었다. 당시 미 해군 제독인 아버지 잭 매케인이 태평양 사령관에 부임하자 베트콩이 화해 제스처로 조기 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부터 나가게 해 감동의 영웅이 됐다. 석방될 때 몸무게가 20㎏이나 줄었고, 머리는 백발이 됐다.

2008년 매케인이 대선 후보일 때 아들이 이라크전에 참전, 복무하고 있음이 알려져 부자간의 대를 잇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감동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는 한국에 감사해야 한다”며 한국을 두둔하는 친한파 미국 정치인이다.

“세상은 좋은 곳이다. 그래서 떠나기가 싫다”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매케인이 병상에서 집필한 회고록에 담긴 마지막 고언이다. “불평하지 않겠다. 인생은 여행과도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름다운 인생 고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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