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영면의료 결정법 시행, 죽음에 대한 의식 변화로 관심↑
임종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좋은 죽음' 고민할 기회가 늘어
버킷리스트·유언·장례 등 준비, 인생의 후회없는 마무리 하며 세월 되짚으면 삶의 의미 더 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장례식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죽음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을 통해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지만 여전히 죽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기대수명이 오르면서 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인 ‘웰빙(Well-Being)’만큼이나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뜻하는 ‘웰다잉(Well-Dying)’ 을 중요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며 사람들의 임종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5세 이상 1만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대부분인 91.8%가 연명 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앓고 있는 병으로 임종을 앞둔 고령자들은 병원에서 진행되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집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친지와 마지막 추억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제명대로 살다가 집에서 편안하게 죽는다”는 고종명(考終命)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과 함께 오복(五福) 중 하나로 여길 만큼 존엄한 죽음을 염원했다.

고종명이 곧 요즘의 웰다잉인 셈이다.

이에 최근에는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임종체험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우리 사회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명 의료 결정법.

이 같은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2월부터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연명 의료에 대한 본인 또는 가족의 의견을 토대로 담당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할 수 있으며 이미 작성된 의향서와 계획서도 본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 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 가능성과 치료 효과가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제한된다. 이전에는 환자의 보호자가 주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은 환자가 연명치료 여부를 본인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회복 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나 사전 거부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연명 의료 결정법 시행의 영향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 의료 결정법이 시행된 지 5개월 동안 3만4974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남성이 1만1851명, 여성이 2만3123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70~79살이 40.2%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60~69살(23.5%), 80살 이상(17.2%), 50~59살(12.7%), 30~39살(1%), 30살 미만(0.8%) 순이었다.
‘웰다잉 교육’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와 수강생.
△죽음도 미리 준비해야.

‘웰다잉’은 글자 그대로 ‘잘 죽는 것’이다.

아름다웠던 인생의 후회 없는 마무리를 준비하는 동안 살아온 세월을 되짚어 보면 현재 살아있다는 것이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죽음을 제대로 맞는 방법은, 궁극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웰다잉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유언’을 남겨야 한다.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두면 갑작스러운 죽음에도 가족과 소중한 지인들에게 평소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언장 작성 시 평소 자녀에게 조언하고 싶었던 삶의 지혜를 담아 두었을 때 더 의미 있는 유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장례’ 또한 웰다잉을 위해 미리 준비해둘 항목이다.

장례비는 목돈이 한 번에 들어가는 일이라 유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이 ‘웰다잉’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금전적인 문제와 부딪혀 장례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장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장례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끼리만 장례를 치르는 가족장, 고인이 좋아하던 음악을 빈소에서 연주하는 음악장, 유골을 화분에 담는 화분장 등이 그 사례다.

죽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담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하거나, 언제든지 남김없이 떠나기 위해 준비해 두는 ‘엔딩노트’도 한 권 챙길만하다.

돌연사 등 본인의 갑작스런 사망이나 의사소통 능력을 상실했을 때를 대비해 유언과는 별개로 자산 내역, 존엄사, 연명치료 여부, 장례 방법, 상속, 온라인 계정, 유품과 반려동물 처리 등을 미리 적어두는 것도 좋다.
‘웰다잉 기본교육’ 수강생 모집 포스터
△웰다잉(Well-Dying)을 더 알고 싶다면.

웰다잉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대한웰다잉협회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이웃과 사회와 더불어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는 12~13일·19~20일 총 4일에 걸쳐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패밀리 병원에서 ‘웰다잉 기본교육’을 실시한다.

총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에게는 한국 직업능력 개발원이 인정하는 2급 노인통합교육지도사 자격증이 수여된다.

기본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이어지는 ‘웰다잉 심화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1급 노인통합교육지도사를 받을 수 있다.

주요 교육 내용은 △명품인생 준비 △죽음 준비 교육의 필요성 △죽음의 다양한 이해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준비 △새로운 인생설계 등이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은 “삶과 죽음은 같은 연속선상에 있으며 나뉜 게 아니다”라며 “진짜 제대로 된 삶을 살려면 죽음을 알아야 한다.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교육을 계기로 대구·경북지역 수료생들이 건전한 웰 다잉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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