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현장 점검 - 대구

대구 대표 공단중의 하나인 성서 공단이 가동률 하락은 물론 종업원수 감소에다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2년 3개월 만에 최악이었으며 건설업은 6년 3개월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 경제성장률이 0.7%로 떨어졌다. 민간소비는 0%대 초반 ‘찔끔’ 성장했고 설비와 건설 등 투자는 모두 뒷걸음질 치며 내수에 힘이 빠졌다.

대구지역 경제도 현장 곳곳에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고 있는 성서공단은 2분기 가동률은 전 분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입주업체와 종업원 수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 52시간 제 도입과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3분기에도 지속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대구 중소상공인 협회 등 일부 단체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종 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역의 산업단지, 전반적인 침체 국면.

지난달 10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올해 상반기 지역 경제 현황 보고를 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지역경제는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제조업 부진 속에 건설업도 수주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냈다. 특히 고용부문은 모든 지표가 악화했다.

기계류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으나 내수 부진으로 지역경제의 부진을 상쇄하기는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이 향후 수출 증가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의 산업단지 생산액과 건설수주액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침체 현상을 보였다.

1~5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기계 장비는 25.7% 증가한 반면 전자부품은 24.8%, 비금속광물 19.3%, 화학 제픔 16.6% 감소했다.

주요 산업단지의 상반기 생산액은 총 6조6615억7800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이시아폴리스 8.6%, 대구출판단지 2.4%, 염색산업단지 1.9% 늘어난 반면 서대구산업단지 9.8%, 성서산업단지 9.1%, 대구 제3 산업단지 6.9%가 줄어들었다.

1~5월 건설 수주액은 1조3949억1000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9% 감소했으며 특히 민간 부문은 30.2%나 줄어들었다. 전국은 전년동기 대비 6.8% 줄어드는 데 그쳤다.

1~5월 고용은 지난해 동 기간에 비해 모든 지표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지적됐다. 5월의 실업률은 5.3%,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46.8%나 증가했다.

△최근의 노동환경 변화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 목소리.

올해 상반기 경제동향보고회에서는 당장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에 들어간 기업부터 2020년에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 그리고 지역의 산업단지와 조합 단체장들이 각자의 대처방안과 현장의 어려움, 그리고 개선되기를 바라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발언이 쏟아졌다.

구 한국델파이 ‘이래 AMS(주)’ 김인보 대표이사는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과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다시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상당수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협력사들의 고통도 털어놨다. 시급 7530원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했다. 협력사 50개 중 상당수가 제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은 샌드위치 신세가 돼 있다고 하소연 했다.

박광범 (사)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 회장은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근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하루 3시간 정도의 초단기 근로자 채용도 가능한지에 대한 질의를 했다.

공정섭 대한건축사회 대구광역시건축사회 회장은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설계 용역 기간에 국·공휴일을 제외해서 주 52시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광옥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한번 기계, 장비를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보다 국내 근로자가 우대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주 52시간 도입의 근본취지는 일자리 마련에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을 더 늘릴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침체 늪에서 허덕이는 성서 공단의 현주소.

올해 1분기 성서공단의 가동률은 71.84%로 전년도 4분기 대비 0.59% 하락했다. 또 전년도 동 분기대비 1.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서공단 생산액은 3조 8265억 원으로 전 년도 4분기 대비 1734억 원(4.33%) 감소했다.

올해 이 기간 기업체는 3043개 사로 전년도 4분기 대비 8개사가 증가했으나 근로자는 5만5107명으로 1006명이 줄어들었다. 성서공단의 2분기 가동률은 71.22%로 전 분기 대비 -0.62% 감소했다. 전년도 동 분기대비 0.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총생산액은 4조300억 원으로 전 분기 보다 5.32%인 2035억 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기업체 수는 2879개사로 전 분기 대비 164개사가 줄어들었다. 근로자는 5만3361명으로 1746 명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 경기상황에서도 대다수 기업이 내수부진과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 국내·외 영향으로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최저 임금인상, 내수부진, 원자재 가격상승, 물량감소, 자금 사정, 제품단가 하락, 인력난, 과당경쟁 등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 근로시간 단축, ‘임금 감소에 따른 근로자 반발’ 우려.

대구상공회의소(회장 이재하)가 올해 5월 한 달 동안 지역 상시 근로자 수 300인 이상 제조업체 18개사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 기업의 77.8%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납기 대응능력 약화’와 ‘실질 임금 감소로 인한 근로자 반발’을 꼽았다.

지역 300인 이상 제조기업의 경우, 법 시행에 대비해 사전에 이미 준비를 마치거나 준비 중인 상태로 오는 7월 법 적용에는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대응방안(복수응답)으로 유연근무제 도입(55.6%), 신규채용(50%), 설비투자·작업공정 개선(38.9%), 불필요한 업무축소(38.9%), 교대제 형태 변경(27.8%) 등을 도입한 것으로 응답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존대비 채용 인원을 증가할 것이란 응답이 전체의 55.6%에 달했으며, 교대제 형태를 변경하는 기업 14개사도 기존대비 평균 1~2% 정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응답해,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로 일부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 일부 단체 최저임금에 반발, 불복종 운동 조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 업주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 지역도 상권과 유흥가 등을 제외한 장소의 매장들이 심야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24시간 동안 영업을 해도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 인상 여파로 동네 편의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지난 2일 새벽 2시 20분께 대구 동구 한 편의점. 이 편의점은 간판과 음식물 등을 보존하기 위한 냉장기기 불빛은 켜져 있었다. 해당 편의점은 심야 영업을 포기, 매일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닫는다.

이 편의점 점주 A씨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수개월 동안 적은 수익과 적자로 맘고생이 심했다.

심야 영업을 중단한 이유로 지난해보다 16.4% 상승한 최저임금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이 편의점 맞은 편에 있는 편의점 역시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문을 연 전국 691개 점포 중 9.8%에 해당하는 67곳만 24시간 영업하고 있다.

지난 1월 문을 연 전국 111개의 점포 중 24시간 운영을 계약한 점포는 13곳에 불과했다. 지난 6월 계약한 총 117개 점포 가운데 11곳만 심야 영업을 선택하는 등 줄어 들고 있는 추세다.

㈔대구 중소상공인협회는 임시 이사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 운동을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상렬 대구 중소상공인협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사회를 열어 불복종 운동 참여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 중소상공인협회는 2010년 사단법인으로 설립해 900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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