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더위다. 지난 1일 전국의 기상 관측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에서 역대 최고기온 신기록을 경신했다. 관측소가 있는 전국 95곳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57곳의 역대 최고기온이 깨진 것이다. 기상관측소는 서울(1907년)보다 1904년 부산과 인천에 먼저 세워졌다. 지방에는 1960~70년대 많이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악의 폭염일로 기록된 1일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역이 전국 28곳이나 됐다.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는 41.0℃까지 올랐다. 공식적으로 기상관측 이래 전국 최고 기록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40℃ 이상으로 오른 것은 1942년 8월 1일 대구(40.0℃)가 유일했다. 대구가 무려 76년 만에 홍천에 기록을 넘겨준 것이다.

이날 홍천과 함께 강원 춘천(40.6℃), 경북 의성(40.4℃), 경기 양평(40.1℃), 충북 충주(40.0℃) 등 전국의 5곳이 40℃를 넘어 지역별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서울의 기온도 39.6℃까지 치솟아 기존 가장 높은 기온이었던 1994년 7월 24일의 38.4℃보다 1.2℃ 더 높았다.

이렇게 폭염이 전국적으로 덮치자 어쭙잖은 조어로 귀에 거슬리던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의 조합)’가 무색하게 됐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곳, 열대야가 없는 곳으로 알려진 강원도가 더위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니 말이다. 강원도 사람들이 ‘대프리카’를 흉내 내 ‘ 홍프리카(홍천과 아프리카)’니, ‘횡집트(횡성과 이집트)’라는 말도 안되는 조어들을 쓰기 시작했다.

‘대프리카’라는 말은 대구가 76년 간 최고 기온 기록을 갖고 있던 데서 쓰기 시작한 조악한 조어다. 여름 한 때 대구의 도시 이미지를 대표하는 말이라지만 들을 때 마다 귀에 거슬린다는 사람이 많다.

사실 최근 들어 대구는 인근 경산, 영천이나 포항 지역보다 덜 덥다. 그간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은 데다 말라 있던 신천에 물을 흐르게 하는 등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구의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조악한 ‘대프리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하지 않았던가. 대구는 더 이상 ‘대프리카’가 아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