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포항서 넙치 등 4000여마리 폐사···피해 확산
얼음물·액화산소 투입 등 수온 낮추기 안감힘
'저층 해수 취수 사업' 등 근본적 대책 마련 절실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이 39.4도까지 치솟은 지난 4일 포항의 한 육상양식장 주인이 지속된 고수온에 수조속의 넙치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재난 수준 폭염으로 고수온 양식장 피해 또한 새로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장기간의 고수온에 만일 적조까지 겹치면 물고기들은 죽어 나갈 것이 뻔해 걱정이 큽니다.”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이 39.4℃까지 치솟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보인 4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만난 양식장 주인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3~4일 밤사이 자신이 키우던 10만여 마리의 강도다리와 넙치 중 4000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고 했다.

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온으로 적정 수온이 14~17℃인 한류성어종 강도다리는 물론, 비교적 고수온에 강한 넙치도 힘을 못 쓰고 있다.

A씨는 이동식 물탱크에 얼음을 채운 후 바닷물을 넣어 ‘냉각수’를 만들어 순환펌프를 통해 총 1650㎡(500평) 육상 양식장 내 10곳으로 나누어진 수조에 각각 공급하고 있다.

냉각수를 수조에 넣으면 수온은 30℃에서 20℃까지 크게 떨어지지만, 하루에만 50만 원 이상의 큰 비용이 문제다.

A씨 뿐만 아니라 많은 육상양식장이 구룡포수협 제빙공장에서 얼음을 구입, 트럭으로 실어 나르며 수온을 낮추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 곳에 10t가량의 물이 들어가는 수조 크기에 비해 1각에 125㎏인 얼음의 양이 너무 적어 수온을 단 1℃ 낮추기 위해서도 많은 양의 얼음과 큰 노동량이 필요했다.

지난해에는 8월 6일부터 20일 전후까지 보름간 고수온이 이어졌다.

A씨는 지난해 양식장 온도를 낮추기 위한 얼음 구입 비용, 고수온에 양식 어류의 체온 상승과 산소 소비 증가, 용존산소량 저하를 보충할 액화 산소, 산소를 수조에 고루 전달할 순환펌프 대량 구입에 수 천만 원의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했다.

올해는 고수온이 지난해보다 일주일 가량 빠를뿐더러 이달 말까지 최대 한 달간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현장 양식 어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많은 일사량 등 생기기 좋은 조건으로 적조 또한 조만간 광범위하게 발생할까 염려로 시름과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폐사가 우려되는 어류를 조기 출하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로 수요가 급감하고, 폭염 이후 정상 출하 때 낮게 형성될 가격 등 걱정으로 이마저도 큰 대안은 아니라고 염려했다.

특히 당국이 얼음·액화 산소·순환펌프 지원에 재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장기화·고수온화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 필요 방제물품을 공급하기에 예산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충분한 고수온 방제물품 물량 확보를 위해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육상 양식장 주인 B씨는 결국 수온이 낮은 먼바다 저층의 바닷물을 끌어 양식장에 공급하는 ‘저층 해수 취수 사업’이 장기적 대안이라고 했다.

취수 라인을 통해 육상 양식장으로부터 최대 1㎞가량 떨어진 해상의 수심 15~20m 지점의 2℃ 이상 낮은 해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설비를 설치하려면 대 당 1억 원 이상으로 양식장 당 최대 수 억 원이 소요되고, 자부담도 50%나 돼 설치한 곳이 거의 없다.

B씨는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방제 비용을 대신해 취수 사업 자부담 비율을 낮추고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양식업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3시부터 포항~울산까지 전 해역에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고수온주의보는 바닷물 온도가 28도에 도달하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1일부터 5일 현재까지 포항에서는 양식장 16곳에서 강도다리와 광어가 총 7만4293마리가 폐사했다. 5일 12시 현재에도 포항 지역의 수온은 26.2~28.7℃를 보이고 있다.

포항 전체 양식장 62곳에서 키우는 1231만 마리의 사육량에 비해서는 아직 아주 큰 피해는 아니지만, 폭염이 이어져 고수온 상태가 지속하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양식장은 바닷물을 끌어들이지 않고 수문을 잠근 뒤 기존 물을 이용하고 사료 공급도 중지하기 때문에 고수온이 길어질수록 폐사 또는 상품성 저해 등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김현찬 포항양식협회장은 “예전에는 없던 고수온이 최근 3~4년부터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고, 기간 또한 길어지며 적조까지 겹치는 등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며 “방제 예산의 선제적 투입, 기상 변화와 해황 조사, 양식어류 소비 촉진 운동 전개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시도 예의 주시하며 방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억1900만 원을 들여 액화 산소 145t, 순환펌프 412대, 얼음 5000각을 긴급 지원했다.

또 합동 피해 조사반을 편성해 피해 조사를 하고 있고, 양식어업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고수온 정보와 대처 요령을 공유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도의 긴급예비비를 추가로 확보토록 하는 등 고수온과 적조 방제와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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