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이어 국내산에도 검출···59개 품목 추가 판매중지
환자들, 반복되는 교체에 고혈압약 복용 놓고 '갈팡질팡'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된 데 이어 국내 제약업체가 중국 원료를 들여와 만든 발사르탄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발암 가능 물질이 발견돼 많은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로 수입·제조된 발사르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제조사 대봉엘에스가 만든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로 알려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 기준인 0.3PPM을 넘었다고 밝혔다.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는 총 22개사 59개 품목으로 해당 발암물질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총 18만1286명이다.

이들에게 의약품을 처방한 의료기관은 7625곳이고 약을 조제한 약국은 1만1074곳이다.

식약처가 해당 원료가 들어간 모든 고혈압 치료제에 대해 판매와 제조를 중지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추가 판매 금지 대상이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 들은 다시 한번 처방 및 조제를 받아야 한다.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에서 원료의약품 이전 단계인 약리 활성물질(조품)을 수입한 뒤 이를 정제해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을 제조해 왔다. 국내에서 수입·제조되는 발사르탄 총 52개사 86개 품목 중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 시장점유율은 2015~2017년 기준 3.5% 수준이다.

또 발사르탄으로 만든 고혈압 치료제 완제 의약품은 총 127개사 571개 품목으로, 이 중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이 들어간 고혈압 치료제 비중은 10.7%에 달하는 셈이다.

식약처는 문제가 되는 발사르탄에 함유된 NDMA 함량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NDMA 검출 제품 복용 환자에 대한 영향평가 중간조사 결과도 공개한 바 있다.

최고 용량(320㎎)인 발사르탄 고혈압 치료제를 3년간 복용할 경우, 자연 발생하는 발암 가능성에 더해 1만1800명 중 1명이 추가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판매 금지된 고혈압약을 처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도 정지한 상태다.

또 판매 금지된 고혈압약을 처방받은 환자 명단을 확인한 후 의료기관을 통해 복용 환자에게 개별 연락을 통해 현재 복용 중인 의약품이 판매 중지 대상이라는 점을 알릴 방침이다.

지난 달 9일 식약처는 중국 저장화하이사 발사르탄에서 NDMA가 기준 초과로 검출되자 이 원료의약품이 투입된 국내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에 대해 판매·제조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새롭게 판매 금지된 59개 품목까지 합쳐 국내에서 NDMA 초과 검출로 판매 중지된 고혈압 치료제는 총 174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이번 식약처 전수조사에서 저장화하이와 유사한 공정으로 제조된 발사르탄(24개사·31개 품목)에는 NDMA 기준을 초과한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저장화하이와 제조공정이 다르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발사르탄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대봉엘에스 제품에서 NDMA 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대봉엘에스 발사르탄 제조공정이 저장화하이와는 다른 만큼 이번 NDMA 생성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가 발표 이전에 교환 받은 약이 이번 리스트에 포함된 환자들은 다시 한 번 약을 교체해야 한다.

또한 지난달 9일 발암 가능 물질이 들어간 고혈압약 리스트가 발표된 이후 아직까지 제품을 교환하지 않은 사람은 1만 30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병원과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환자들이 최대한 빨리 약을 교체할 수 있도록 연락할 것을 촉구했다.

식약처는 이번 판매 금지 대상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임의로 고혈압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의료기관과 상담한 후 재처방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고혈압약 교체에 환자들은 또 다시 발암물질 고혈압약 리스트가 나오는 것은 아닐지, 그 동안 발암의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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