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등 실내 여가 시설 호황···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울상'

전국의 기상 관측소 중 절반 이상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등 역대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추를 하루 앞둔 6일 대구와 경북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되며 내륙 대부분 지역에서 35℃ 내외의 찜통더위가 계속됐다.

이날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대구·경북 내 공식 관측소가 위치한 15곳 중에서 73%에 해당하는 11곳의 역대 최고기온이 올여름 경신됐다.

특히 한반도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며 이달에만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역이 10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95곳의 공식 관측소 중 57곳의 최고기온 기록이 바뀌었고 지난 1일에는 28곳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원 홍천은 지난 1일 41.0℃까지 올라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이전에는 1942년 8월 1일 대구의 40.0℃로 76년 간 전국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일 홍천을 비롯한 강원 춘천(40.6℃), 의성(40.4℃), 경기 양평(40.1℃), 충북 충주(40.0℃) 등 총 5곳이 40℃를 넘으며 지역별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이렇듯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해 휴가철 풍경이 바뀌고 있다.

6일 오후 포항시 남구 상대동의 한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피서를 동시에 즐기려는 쇼핑객들과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 멀리 떠나지 않고 실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이 늘고 있다.

도심 속 실내 피서지를 찾는 이들의 휴가를 일컫는 몰캉스, 커피서, 북캉스 등 각종 신조어들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몰캉스’는 쇼핑몰+바캉스의 합성어, ‘백캉스’는 백화점+바캉스의 합성어다.

시원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내는 ‘북캉스족’도 늘어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휴일을 보내는 ‘북스테이(Bookstay)’도 최근 각광받는 휴가지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카페에서 피서를 즐기는 ‘커피서’(커피숍+피서)족도 등장했으며 국내 호텔로 휴가를 떠나는 ‘호캉스(호텔+바캉스)’도 인기다.

호캉스는 멀리 떠나지는 못하지만 휴가는 가고 싶은 사람들이 가까운 호텔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항시민 최모(28)씨는 “해외여행을 고민하다 사는 곳과 가까운 해수욕장 인근 호텔에서 휴가를 보냈다”며 “무더운 날씨 탓에 바닷가로 나서지 않고 시원한 방안에서 여름 바다를 구경하는 것도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내 피서지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만큼 폭염으로 인해 맨발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달궈진 모래사장을 찾는 피서객들은 줄고 있어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포항지역 해수욕장 6곳이 개장된 이후 일요일인 지난 5일까지 집계된 방문객 수는 326만 67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5~28일까지 이어진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찾은 184만 명을 제외하면 지난해에 비해 방문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까지 80만 여명이 찾은 월포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9만 명 줄었으며 화진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도 2만1000여 명이 감소했다.

화진해수욕장 인근 펜션 주인 A(49)씨는 “날이 더워도 너무 더워 사람들이 찾질 않는 것 같다”며 “숙소 예약 문의 전화가 쉴 틈 없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여름은 확실히 손님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6일 내린 비에 재난수준의 폭염은 주춤할 것으로 보이나 35℃ 내외의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