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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데도 철학이 필요하다

이재원화인의원 원장 등록일 2018년08월07일 16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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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화인의원 원장
연일 무더위가 한창이다. 이렇게 더운 적이 있었던가 라는 위기의식마저 들 때 숲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마침 우리 지역의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숲지도’를 준비 중이어서 이 마을 저 마을의 숲을 찾아다닌다. 망가진 상태로 방치된 전통 숲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그래도 꿋꿋이 우리 지역을 지켜온 오랜 나무를 보면 경외감마저 든다.

유럽여행을 꿈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Provence)지역을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떡갈나무들과 너도밤나무 그리고 자작나무 숲들로 둘러싸인 프로방스의 아담한 마을들은 프랑스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그 지역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황량하기 그지없는 황무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세기 프랑스 대표작가 중 한 사람으로 한 때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장 지오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한해 전인 1913년, 오트 프로방스지역을 여행하다 한 양치기를 만났다. 당시만 해도 그곳은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물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때 나이로 벌써 50을 훌쩍 넘긴 이 양치기는 매일같이 도토리를 구해다 황무지 땅에 심는 걸 숙명처럼 여기며 살고 있었다. 그 땅이 누구의 땅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누구의 소유든 어차피 버려져 죽어가는 땅을 그저 두고 볼 수 없어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 등을 묵묵히 심을 뿐이다. 땅에 생기를 불어넣어 언젠가는 무성한 숲으로 가꾸고자 하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죽어가는 땅에 희망을 심고 행복을 가꾸려 노력하는 동안 근처 마을 사람들은 그저 척박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희망의 씨앗이 심어진 황무지 땅은 어느덧 어른 키 높이만큼 자란 나무들로 즐비한 기적의 땅으로 변해갔다.

결국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여러 정신병마저 유행하던 마을은 어느덧 살고 싶은 행복한 마을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한 양치기의 무모하리만큼 끈질긴 열정과 자신에 찬 확신이 가져온 결과였다. 이곳이 바로 연중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누구나 꿈꾸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금의 프로방스다.

작가 장 지오노는 그의 저서 ‘나무를 심은 사람’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책을 내면서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라고 밝혔다.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이름의 이 양치기는 여든 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임업계 원로인 마상규 박사(전 생명의숲국민운동 공동대표)는 “숲은 울창하지만 우리나라 산림의 절반 정도는 질이 좋지 않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자신의 책 ‘숲 경영, 산림 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산림의 최대 과제는 ‘간벌’(솎아내기)과 ‘수종 갱신’이라고 주장한다. 마구잡이 식 간벌과 침엽수 일색인 수종을 개선해야만 전체 산림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를 심을 때 산림 현장의 수요를 우선 생각하기보다는 양묘업자의 로비나 관료주의에 휘둘려 수종이 결정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무엇보다 산림 철학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나무를 심는데도 철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저기 숲길 조성과 나무 심기가 한창인 우리 지역 정책관계자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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