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서장 사진 제거 민원 잇따라···계급장 문양·참모기도 제거

대구지방경찰청 경무과 소속 경찰관이 7층 회의실에 걸린 역대 대구경찰청 사진이 담긴 액자를 떼어내고 있다.
대구지검 2층 회의실 선화당에는 1945년 11월 19일 부임한 오완수 1대 대구지검장부터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까지 63명의 얼굴 사진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옥고를 치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1985년 3월 5일부터 이듬해 5월 1일까지 대구지검장으로 근무했는데, 이 사진도 그대로다. 김재옥 2차장검사는 “현직이 아닌 역대 지검장 사진이어서 문제가 없고, 역사 기록 차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법은 6월 초부터 법원장 방에 44명의 역대 대구지법원장 이름과 사진이 담긴 가로·세로 1m 정도의 명판을 내걸었다. 이혜랑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 명판을 내건 것이어서 권위주의와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움직임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과 정반대다.

1997년 7월 31일부터 지난해 12월 12일까지 근무한 대구경찰청 수장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최근 사라졌다. 대구경찰청 경무과는 8일 7층 회의실에 걸린 역대 대구경찰청장 액자 27개를 떼어냈다. 27명 중에는 영광스럽지 못한 이들도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2012년 ‘함바 비리’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 6개월을 살았다. 2005년 1월 25일부터 13개월 동안 대구경찰청장을 지냈다. 경찰청 보안국장을 역임한 황성찬 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청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정부 정책에 우호 댓글을 달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 실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기대 경무계장은 “회의실 등에 역대 관서장 사진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전국적으로 빗발친 데 따른 경찰청 차원의 조치이며, 권위적 조직문화 개선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이준섭 대구경찰청장 집무실 앞에 붙은 무궁화 2개, 무궁화 1개씩 새겨 넣은 1부장과 2부장 집무실 간판도 싹 바꿀 예정이다. 오완석 경무과장은 “전국 경무관 이상 지휘부 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휘관 표지의 계급장 문양과 참모실에 비치된 참모기 제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8.2%와 74.7%나 나온 데 따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새롭게 태어나는 국군기무사령부가 보안사령관을 지낸 전두환·노태우·김재규 등 역대 보안·기무사령관의 사진을 내걸지 않기로 한 것과 비슷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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