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8월 초순이 지났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폭염은 온국민이 느끼듯 통상적인 여름 더위 수준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경제 산업 분야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국가 재난 상황이다. 이처럼 극심한 폭염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예년 수준의 대증적이고 형식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알량한 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정도다.

경북도나 일선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폭염 대책의 경우 그늘막 설치나 살수차 물뿌리기, 무더위쉼터 운영 같은 해마다 해 오던 스테레오타입의 대응을 하고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들이 폭염 피해를 입은 양식장이나 농가를 찾아 브리핑을 듣고 팔을 걷어붙이고 잠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잡는 것도 똑 같이 보아 오던 장면이다. 이런 응급 대책과 현장행정도 필요하겠지만 올해와 같은 인간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재난 수준의 폭염 대책으로는 크게 미흡한 것이다.

해가 갈수록 폭염이 심해지고 피해도 늘고 있다. 그런 만큼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폭염에 대한 인식을 기상 재난으로 규정하고 지역 특성과 문제 발생이 가능한 현장 환경에 맞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각 시군 단위의 세부 폭염지도를 만들고, 도시와 농촌의 다른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서민 주택의 개선과 오래된 축사의 단열처리나 환기시설의 설치, 개축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물고기 양식장의 수온 제어 등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대책이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근년 들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도시 숲의 조선이나 물길, 바람길을 내는 사업 등을 적극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포항시의 경우처럼 폐철도 부지를 이용한 나무 숲길 조성 등을 적극 벌여야 할 것이다.

경제와 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폭염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인명피해와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옥외 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내놓고 있지만 올해 같은 폭염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이드의 주요 내용이 관급공사나 건설노동자에 집중돼 있다. 농촌의 고령 농업종사자 등 그 밖의 옥외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올해 폭염을 계기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 관련 법 정비와 함께 전기요금의 합리적 조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국민과 기업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와 기업 등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살인폭염’이라는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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