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80조 원대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이 투자하겠다는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구·경북의 경제 현실과 거리가 먼 것들이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주로 평택 투자가 될 것이고, AI니 5G, 바이오 전장 등도 지역 투자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부문이다. 이렇다 보니 삼성이 태동한 대구도, 삼성이 성장 기반을 다진 구미도 대규모 투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투자 패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단지 앞 상업시설의 공실이 크게 늘고 있는 구미시의 경우 오히려 삼성이 빠져나가는 현실이어서 삼성 대규모 투자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고 있는 지경이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서 이번 삼성의 ‘상생협력 확대’ 계획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스마트펙토리를 지원하고, 3차 협력사 전용 펀드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대구·경북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의 구미 삼성 1공장 네트워크 사업 부문이 수도권인 수원으로의 이전으로 400명의 인원이 빠져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의 수십 개 관련 기업들과 직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구미 시민들은 15년 전 LG디스플레이의 수도권 파주 이전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대구지역민들도 투자 계획을 들여다보며 성서산단에 지원이 될까, 벤처 창업 지원한다는데 ‘삼성캠퍼스’에 새바람이 불까 기대가 크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가 지역 상생이나 국가 균형발전과는 관계없이 오직 기업 이익이나 정권 눈치 보기로 수도권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계획만 봐도 그렇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평택과 수원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구미공장은 이번 삼성의 투자 방향과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이나 5G 전장부품 등 차세대 산업에 대비해 평택 등에 집중 투자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대구시나 경북도는 내심 삼성이 그야말로 옛정을 생각해서 지역 투자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 난망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집중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투자 계획의 수정이나 투자처의 전환 등이 이뤄질 시간적 여유도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구미시의 경우 무선사업부와 삼성메디슨 등에 투자를 늘려달라고 삼성에 읍소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는 경제부지사에 삼성맨을 영입해 지역민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삼성은 국가 경제의 4분의 1을 담당한다고들 한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삼성이 수도권에 집중 투자를 한다면 노무현 정부 이후 꾸준히 진행해 온 국가 균형발전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삼성은 국가 장래를 위해, 지역 상생을 위해 지역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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