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한 사내가 넙치처럼 계단을 파닥거리며 오르고 있네요. 사내가 다니는 길이 곧 좌판이고, 몸이 성치 않은 데다 수리하는 일마저 쉽지 않으니 들리는 소리도 찌꺼기로 파고드네요. 공구박스 속엔 칸나 꽃이 녹아들고 앵무새도 죽어나갈 정도로 희망이 보이질 않아요. 그 동안 자신의 몸을 지탱해준 신발들이 골목에 그득하네요.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어둠으로 속으로 스며드는 사내의 모습이 스산하네요. 우리의 두 눈은 양쪽에 있는데 따뜻한 눈으로 보지 못하니, 우리가 좌측으로 눈이 몰린 넙치 아닌가요. (시인 손창기)
- 기자명 박성현
- 승인 2018.08.12 18:05
- 지면게재일 2018년 08월 13일 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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