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시인 노작 홍사용(1900~1947)은 1920년대 한국 신문학운동에 참여한 시인이다. 노작은 에세이 ‘그리움의 한 묶음’에서 “이름만 그저 좋아서 살기 좋은 한양 산천인지. 광천·청계천에는 더러운 구정물이 검게 검게 썩는다. 지린내·구린내·모기·빈대, 아아 서울이 다 망한다 하더라도 서울의 빈대는 없어지지 아니하려는지.”라고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 1920년대 전후의 서울 풍경이다. 노작은 또 “순박한 농민도 서울에 오면은 날탕패가 되어 버리고 순결한 처녀도 서울에 오면은 유랑녀가 되어 버리고, 팔팔하게 날뛰던 청년도 서울에 오면은 불탄 강아지가 되어버린다.”라고 썼다.

이처럼 노작은 서울을 청년들이 눈물짓고 절망하던 빈대가 들끓는 폐허로 묘사했다. 이렇던 서울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에 상전벽해가 아니라 개벽 천지가 됐다. 우리나라 인구 약 5200만 명 중 1000만 명이 서울에 살고,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 인구 2600만 명이 산다. 서울에 인구의 20%,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것이다.

100년 전 폐허나 다름 없었던 서울에 이처럼 인구가 집중돼 ‘서울공화국’이 된 것은 거의 전부라 할 돈과 입법, 사법, 행정 등의 권력이 집중돼 있고, 교육과 문화, 예술 등도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업들에 원서를 내야 한다. 지역에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이란 것을 만들어 대기업의 수도권 이전 등을 막아 왔다. 하지만 이 계획이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면서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들이 수도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공화국’이라 할 만큼 우리나라 경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삼성이 180조 원 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을 들여다 보면 수도권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물론 대구와 경북, 울산 등 지방 광역시의 인구가 급속하게 줄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지방소멸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삼성의 투자는 국가균형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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