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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를 먹으며

김광규 등록일 2018년08월13일 17시08분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 교회와 관청과 학교에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 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감상) 흔히 ‘좌광우도’라고 왼쪽에 눈이 몰려 있으면 광어(혹은 넙치), 오른쪽이면 도다리라고 하면서 비웃지만 정작 물고기는 나누지 않습니다. 도다리의 눈에는 무조건 나눠서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인간들의 오만에 치를 떱니다.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교회를 다니든지 안 다니든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구별 지으면서 살지 맙시다. 산과 바다, 소리와 빛, 별들마저도 구별하고 자기 것이라 할까봐 두렵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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