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전 대구시장, 평생 모은 책 시에 무상 기증
문화·식물·교육·역사 서적 등 평가액만 10억여원

이상희 전 대구시장
내무부와 건설부 장관, 산림청장을 지낸 이상희 전 대구시장은 동대구로 중앙분리대에 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가마솥더위의 열기를 낮췄다. 나무와 꽃 등 식물에 관한 관심과 조예가 깊다. 신천대로와 팔공산순환도로, 두류공원 개발 또한 이상희 전 시장의 작품이다. 대구 발전의 근간과 골격을 만든 이가 바로 그다.

구순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아직 수억 원의 빚이 있다. 40년 동안 10만 권의 책과 고문서 등을 모으면서다. 지방행정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문화, 식물, 교육과 역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자료들이다.

지난해 9월 19일 대구교육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교육역사자료 1200점을 기증했다. 자녀교육에 필요한 문구를 골라서 만든 훈몽집요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일기류 등 당시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료들이다. 구한말 최초로 만든 교과서도 포함돼 있다. 산림청에는 식물과 관련한 자료를 무료로 줬고, 행정안전부에도 지방행정과 관련한 도서를 기증했다. 대구시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립박물관에 전시할 귀한 자료도 대구근대역사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평생 고문서와 책을 모으느라 1~2억 정도의 빚이 있는 거로 안다. 이 전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고문서 등 귀중한 자료는 대구시 예산으로 매입해 대구시립박물관에서 전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빚 탕감을 도와드리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또 “이 전 시장의 책과 자료 모두 합하면 1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범사 이상희 문고’라는 이름을 붙인 대구시립두류도서관 1층 에 마련된 이상희 전 대구시장 자료관 전경. 대구시 제공
이 전 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8만 권의 일반도서를 대구시에 기증했다. 지난해 2월의 일이다. 올해 1월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지난 6월 기증식을 하고 8만 권의 책을 대구로 옮겨 소독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친 두류도서관 1층 왼편 416㎡ 공간에 ‘범사 이상희 문고’라는 이름을 붙인 자료관을 11월에 연다. 이 전 시장이 대구를 위해 이룩한 성과에서부터 기증 도서 설명 등이 가능한 미디어 아트 공간도 꾸며 운영할 계획이다.

이 전 시장이 기증한 8만여 권의 도서 중에는 한국전쟁과 1~2차 대전 등 전쟁과 관련한 자료가 많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문화 관련 도서도 있고, 일제강점기 시절 지방자치단체 현황과 관련한 귀중한 책도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방행정 관련 서적의 경우 지방행정을 연구하는 교수나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에게 유용할 것이고, 세계 각국의 지도와 문화유적을 망라한 서적들은 여행을 계획하는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행정자료 소장으로 대구의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의 기반을 조성하고, 지방행정 등 특정 분야의 전문도서 확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료로 구매한다면 가치를 따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자료들”이라면서 “대구시민들을 위해 조건 없이 귀한 도서와 자료를 내어준 이 전 시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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