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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최근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 ‘아모르(사랑)’란 이름의 음악회가 열렸다.

낭만적인 이름의 이 음악회에는 경주지역 직장인 미혼 남녀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주옥같은 명곡을 감상하고, 미술작품도 관람했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세대를 위해 경주시가 마련한 자리였다. 음악 공연을 통해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인구 30만명 시대를 여는 경주시의 일자리 창출 전략’이라는 주제의 포럼도 최근 개최했다.

좋은 일자리 1만개 창출을 통해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 보자는 목적에서다. 이러한 미혼 남녀 음악회나 일자리 창출 포럼은 경주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당면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인구 늘리기 시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만큼 경주시의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10년 전 27만 명에 달하던 인구수가 26만 명의 벽마저 무너진 후 이제는 25만 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마저도 젊은 층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상태다.

급속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 상태로 젊은 층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인구절벽’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은 소비위축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칫 지자체의 기능마저도 상실할 수 있다.

물론 경주만의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의 과제이기는 하지만, 인구정책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경주시가 올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지방소별위험도에서 경주시가 올해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된 것. 한때 100만 명이 살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경주가 어느 순간 사라질 지도 모를 도시 명단에 오른 것이다.

천년고도 시민으로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지금이라도 인구의 유입을 늘리고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물론 경주시도 그동안 기업유치에서부터 대학생 주소 옮기기까지 다양한 인구 늘리기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으로 좀 더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마련을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각 지역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쇠퇴한 원도심의 도시경쟁력을 회복하고, 주거복지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많은 시민이 일자리를 찾아, 자녀 교육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해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책을 마련한다면 ‘인구 절벽’ 이란 용어는 남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경주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찾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전체 인구수가 전월 대비 각각 222명과 104명이 증가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모든 공무원과 시민이 다 함께 절실한 마음으로 인구 늘리기에 매달린다면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뀔 수도 있다.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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