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필지 분양속 달랑 5채만 준공···조성 2년 넘도록 대부분 공터로
보조금 지급에도 신청자 없고, 비싼 건축비도 사업 발목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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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 시범 주택.
경북도가 도청 신도시에 조성하는 한옥시범단지가 2년이 넘도록 대부분 공터로 남아있어 사업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한옥을 장려하기 위해 안동 도청 신도시에 한옥마을을 만들기로 하고 2016년 7월 신도시 1단계 사업지구에 시범단지 73필지 가운데 69필지를 일반에 분양했다.

분양하지 않은 4필지에는 본보기 주택용 3채가 들어서 있다.

추첨으로 3.3㎡에 110만∼120만원 선에 69필지를 모두 판매했으나 분양 2년이 지난 현재까지 5필지에 한옥 5채만 들어섰고 나머지는 공터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한옥을 지으면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해주지만 준공한 5채 외에는 아직 보조금 신청도 들어오지 않아 착공 여부와 시기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땅 주인이 분양받은 시점부터 3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으면 경북개발공사가 다시 필지를 사들인다는 규정에 따라 땅 주인이 내년 6월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땅을 다시 내놔야 한다.

도는 분양 당시 투기를 막기 위해 이런 규정을 만들었고 등기 전에도 전매할 수 없도록 했다.

분양 당시 부동산 경기 호재 등으로 투기 세력이 대거 몰린 데다 3.3㎡당 건축비가 1000만원 이상으로 비싼 것이 한옥마을 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옥을 장려하기 위해 2015년 12월 한옥 지원 조례를 만들고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생활에 편리하고 저렴한 ‘경북형 한옥 표준모델’까지 개발해 무료로 사용하도록 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 표준모델 평면 사례는 공개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표준설계도 인정을 아직 받지 않아 상세도면은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북개발공사가 이곳에 지은 본보기 주택 3채도 경북형 한옥모델이 아니어서 무용지물인 셈이다.

개발공사가 경북형 모델이 나오기 전에 도의 요청으로 서둘러 짓다 보니 설계가 다르고 건축비도 비싸 본보기 주택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

최근에는 도청 간부공무원이 본보기 주택에 공짜 숙박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경북개발공사는 뒤늦게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의 한옥 및 전통문화 체험 운영 방안을 마련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1단계 시범단지 조성이 여의치 않자 신도시 2단계 사업지구 37만㎡에 예정된 대규모 한옥마을 조성도 물 건너 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단계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이 지난 2월 중단돼 앞으로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1단계 한옥마을에 투기자본이 들어왔고 신도시 형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며 “분양받은 지주들에게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알리고 건립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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