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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경북을 걷다] 11. 별을 따러 하늘 향해 걷는 길, 영천 천수누림길

푸른 숲길 따라 별빛 찾아 떠나는 여행

윤석홍 시인·도보여행가 등록일 2018년08월19일 20시18분  
별모양 전망대에서 만난 탐방객
영천은 별의 고장이다. 별빛과 햇빛이 가장 많이 드는 산으로 알려진 보현산(1126m)에 자리 잡은 보현산 천문대 때문이다. 영천은 일찍이 ‘이수삼산(二水三山)의 고장’이라 불렸다. 이수는 보현산에서 발원한 남천과 북천, 삼산은 보현산과 팔공산, 운주산이다.

보현산 위에 걸린 하늘을 본다. 호수보다 더 푸르다. 하늘이 저토록 푸를 수가 있을까. 아니 파랄 수가 있을까. ‘파랗다’와 ‘푸르다’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파란 하늘, 푸른 산, 푸른 들’을 떠올려 보면 ‘파랗다’와‘푸르다’가 구별될 것 같기도 하다. 하늘을 보고 다시 산을 보면 파란 색깔과 푸른 색깔이 다름을 이해할 것도 같다. ‘파랗다’는 하늘에서 나온 말이고 ‘푸르다’는 풀색에서 나왔다고 했던가. 보현산 천문대 앞에는 숨겨놓은 천수누림길이 있다. 봄 가을에는 활짝 핀 야생화를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눈꽃, 여름에는 시원한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별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천수누림길을 걷는 가족
보현산 천문대와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천수누림길은 짧은 시간에 걷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높은 곳에 있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고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천수누림길을 걷기 위해서는 정각마을에서 걸어서 가는 것과 차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차로 간다면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까지 잘 닦여있는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해발 1000m까지 차가 올라가기 때문에 힘겹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천수누림길을 걸어 볼 수 있도록 영천 시내에서 천문대 주차장까지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좋을 것 같다.
천수누림길 안내표지석
천수누림길 걷기의 시작과 끝은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리면 건너편 면봉산 정상에 세워진 천문관측 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천문대 올라가는 도로 진입로는 일반인 출입을 막기 위해 굳게 닫혀 있다. 돌로 세운 천수누림길 안내 표지판 왼쪽이 천수누림길 가는 길이다.
천수누림길 데크
해발 1000m가 넘는 데크길을 따라 천문대 주차장에서 시루봉까지 1km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길이 주는 아우라와 디톡스 효과는 그 어떤 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감지해 음악이 나오도록 했다. 덕분에 마음이 한결 상쾌해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깔끔한 데크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야생화 꽃과 벌
오른쪽은 여름 야생화가 피어 있고, 왼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은 더 없는 청량감을 선사한다. 흙길을 걷는 느낌도 좋지만 이처럼 높은 곳에 잘 만들어진 데크길을 걷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나무로 만든 테크길
걷는 길 중간중간에 오각형 별 모양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가 있어서인지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별 모양 전망대에서 도시락으로 밥상을 차린 손씨 가족은 하늘 속 별나라에 온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별 모양 전망대 쉼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정각리 별빛마을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건너편 기룡산도 눈에 들어온다. 피톤치드 가득한 길을 걷다 보면 웰빙숲 관찰로 안내판을 볼 수 있고, 계속해서 몇 걸음 더 오르면 시루봉(1124m)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바로 옆 2층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동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천수누림길 데크
산철쭉 꽃으로 뒤덮이는 봄날의 보현산은 장관이라고 한다. ‘천수누림길’은 참 아름답고 이름도 멋있다. 천수가 뭘까. 천 년을 산다는, 아니면 하늘이 점지해준 목숨대로 다 누린다는 말일까. 속리산 말티고개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에 전봇대가 놓여 진 저 길을 따라서 승용차로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까지 올라온 것이다. 사방은 막힘이 없고 세상은 발아래 펼쳐져 있다. 몸 안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과 함께 빠져나갈 것 같다.
보현산에서 본 시루봉
팔각정 전망대에서 짧게 오르막을 오르니 시루봉이다. 멋진 활공장을 만들어 놓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행 몇 명이 장비를 점검하며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시루봉을 뒤로 하고 보현산 천문대로 향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전국 주요지점의 맑은 날 일수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선정한 곳이 바로 보현산이다.
보현산 천문대
1996년 4월에 완공된 보현산 천문대는 국내 최대의 지름 1.8m급 소형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별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봐야 할 명소다. 이 망원경은 1만 원권 지폐에도 나온다. 보현산 천문대에서 지금껏 발견한 소행성만 120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관측된 밤하늘 별자리 가운데 지명이나 사람 이름이 붙은 것은 20개인데 그 중 12개를 이곳 보현산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최무선, 장영실, 허준, 홍대용, 김정희 등 밤하늘의 별이 되어 언제까지나 밝게 빛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들처럼 후세에 길이 남을 훌륭한 업적을 쌓은 위인이 되고 볼 일이다.

시루봉에서 천문대로 내려오다 보면 방문객센터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쉽게 볼 수 있는 전체 사진부터 2020년 칠레에 건설될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은 지름 25.4m의 최첨단 천문관측망원경으로 미국, 호주, 대한민국의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설명과 태양과 달, 목성에서 몸무게를 알 수 있는 저울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별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을 알아본 후 1.8m 망원경 돔이 있는 길로 올라가면 보현산 표지석이 보인다. 1.8m의 반사 망원경과 태양 플레어 망원경이 유명하다는데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고 특별한 날에만 공개한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에 보현산을 다시 찾아와 밤하늘을 보아야 푸른 하늘에 걸린 별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크고 뚜렷한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보현산 밤하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시 방문객센터로 내려오면, 마을을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만나는 데크길을 따라 천문대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천수누림길 걷기가 마무리된다.
웰빙 숲길
왕복 2km가 조금 넘는 이 길로 만족이 안 된다면 데크 사이로 난 웰빙숲 관찰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웰빙숲 관찰길은 영천시가 여러 종류의 테마 숲길을 공들여 만든 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천수누림길을 걷다 보면 왼쪽에 웰빙숲 관찰로 표지판이 나오는데 숲길과 데크길 두 갈래 길이 나오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양쪽 모두 500m쯤 더 걸으면 2층 팔각정 전망대에서 만나게 돼 있다. 팔각정 전망대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자전거 라이딩 길
길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오른쪽 보현산 천문대를 두고 천천히 걷다 보면 숲 치료길, 산악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길, 꽃 색깔 구분 숲길, 자작나무 숲길 등 여러 종류의 길을 만나게 되는데 임도에서 살짝 다른 길을 선택해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길을 걷든 표지판이 잘 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이렇게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차가 다니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까지의 거리가 약 4km 정도다. 푸르름 가득한 길을 바람과 함께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웰빙 숲길 예찬론자가 될 것이다.
보현산 천문대
사실 천문대에 가면 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안타까운 마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별이 뜨는 시간도 아니었고 이곳에서 직접 별을 볼 수 없었지만 천문대에 오르니 경관이 그만이다. 발 밑의 보현산 자락 정각리 별빛마을에서는 별이 하나둘 반짝이고 머리 위로는 구름이 닿을 듯 스쳐 지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공기 좋고 날씨 맑은 날 이곳 별빛마을에서 하룻밤 묵는다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망원경이 없어도 알퐁스 도테의 ‘별’에 나오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양치기 소년처럼 낭만적인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한여름 밤 밝게 빛나는 별, 그 안에 사람들이 새겨놓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올여름 밤하늘에 당신의 이야기가 별처럼 새롭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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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윤석홍 시인·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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