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창 쏟아지던 비가 걷히고
햇빛 난다

습한 대기 속에서
배를 맞댄 두 그루 나무
한 몸으로 어우러져 가지를 뻗었다

(아니, 엑스 자로 벌어진 두 다리를
다소곳이 모은 한 그루 나무일까?)

그 옆을 사람이 지나간다

서로 조금 떨어진 두 사람
어디서 오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땅 위에 창창 사람의 걸음
공중엔 울울 나무의 걸음
벌판 가득 발걸음들




(감상) 나무의 걸음은 울울(鬱鬱)하게, 곧 빽빽이 밀착해서 걷기 때문에 한 몸으로 어우러져 허공으로 걸어갑니다. 하여 멀리서 보면 두 그루든, 다섯 그루든 하나의 숲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걸음은 조금 떨어져 걷지만 창창(蒼蒼)하게, 곧 푸르게 걷다보면 나무처럼 마음이 움직여 한 몸이 될 것입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각자 수많은 발걸음이 있어야, 서로 걸음의 리듬이 맞아야 조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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