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경상북도가 창설한 동북아 국가 광역자치단체 협력기구인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이 자리만 있고 역할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지난 3일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중국에서 열린 환동해권거점도시회의에서 ‘환동해권 문화관광협력사무국’을 창설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장이 제안한 이 사무국의 성격은 항로개설로 크루즈선을 운항하고 도시 간 문화 교류 활성화와 궁극적으로는 환동해권 도시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기존 동북아자치연합의 설립 취지와 거의 유사한 것이다. 동북아자치연합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도나 주, 성, 현 급 광역자치단체들의 공동발전과 교류협력으로 문화관광은 물론 경제적으로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동북아자치연합은 실무위원회를 비롯해 경제 관광 교육 등 14개 분과위원회도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은 물론 북한까지 포함한 6개국 77개 광역 자치단체가 가입해 있다. 이 같은 방대하고 폭넓은 조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1996년 설립 이후 별무성과다.

설립 이후 22년이 지났지만 일반인들은 동북아자치연합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동북아자치연합은 지난 2005년 포항테크노파크 본부동에 상설사무국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운영예산 약 15억 원은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부담하고 있고, 이곳에는 파견공무원과 각국 전문위원을 포함해 17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동북아자치연합은 거창한 설립 취지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올해 동북아자치연합이 한 사업이라곤 지난 5월 청소년 교육, 최근 한 지역 대학 청년리더스포럼 등이 고작이다. 동북아시아 도시들과 관광 문화 교육 경제 교류 등 설립 취지에 걸맞은 행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자리만 있고 역할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동북아자치연합 사무국 운영비 지원은 지방재정법 규정에 위배 된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는 자치사무로 도의 조례에 따라 사무국 운영비를 지원했다고 하지만 역할이 미미하다 보니 이 같은 항변도 무색한 것이다. 제대로 운영이 되는 단체라면 감사원도 이렇게 지적하지 않았을 것이란 여론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동북아자치연합 사무국의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해 철저한 검증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유명무실한 동북아자치연합 사무국의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포항시가 비슷한 취지의 사무국을 또다시 제안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기관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관리해야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불필요한 기관이나 유사 기관은 통폐합해서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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