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신라 봉평비(법흥왕 11년·524년)는 큰 화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벌하고 그 내용을 새겨 놓은 비다. 이 비는 울진 봉평2리의 논바닥에 거꾸로 박혀 있다가 1988년 1월 객토작업을 하던 굴착기 삽날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이 비석에서 진기한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얼룩소에 관한 기록이다. 신라 6부가 얼룩소를 잡고 술을 빚어 제사를 올렸다는 것이다. 이 때 잡은 소를 ‘반우(班牛)’라 썼다. 반점이 있는 얼룩소였는지, 소의 가죽에 얼룩무늬를 그렸는지 모르지만 반우라는 표현으로 봐서 제물로 바쳐진 소가 얼룩무늬였음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고대 이스라엘 등 거의 전 세계적으로 제사의 제물로 동물을 사용했다. 특히 큰 제사의 희생 제물로 소가 사용됐는데 신라에서도 제사 의식에 소를 사용한 것이다.

한 때 얼룩소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박목월의 시에 나오는 ‘얼룩송아지’가 전통의 칡소 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5년 축산업을 전공한 김진수씨가 ‘칡소를 묻다’라는 책을 펴내면서 논란의 시비가 가려졌다. 목월 시의 얼룩송아지는 미국에서 들여와 우유를 생산하던 저지종 얼룩소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목월이 시를 쓴 1930년대 이미 젖짜는 얼룩소 사육이 많았다고 밝혀 일부 국수주의적 시각의 칡소가 얼룩소라는 주장은 꼬리를 내리게 됐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백이 황소’도 토종 한우인 칡소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것 또한 팔을 안으로 굽힌 토종 한우설에 불과한 것이다.

신라에 얼룩무늬 한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반우’라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부터 여러 종류의 소가 길러졌음이 분명하다. 다색종 품종의 소들 중에는 외국에도 호랑이 무늬 소라는 줄무늬 소가 있고, 누렁 한우와 닮은 소의 종자도 많다.

울릉도가 우리 한우의 고유한 종이자 울릉 특산이라는 몸에 호랑이 줄무늬 같은 얼룩이 있는 ‘칡소’ 브랜드를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 칡소 3900 마리 정도가 있는데 울릉도에서 10년 내 5000마리 이상 증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고기 맛도 특별하다니 일본 화우(和牛)처럼 세계적 브랜드가 될지 기대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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