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1명 부상…70대 지체장애 노인, 평소 물 문제로 이웃과 갈등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1층 뒤편 유리창이 총에 맞아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21일 오전 9시 15분께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 한 사찰과 소천면사무소에 김모(77)씨가 침입해 엽총을 발사, 스님 1명이 다치고 공무원 2명이 숨졌다.

범행에 사용된 엽총은 유해조수구제용으로 이날 오전 8시께 소천파출소에서 출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봉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봉화군 소천면 임한리 모 사찰에 엽총을 들고 들어와 스님 임모(48)씨에게 총을 발사했다.

이 사고로 임 모씨는 어깨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오전 9시 30분께 소천면사무소를 찾아가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2명에게 총을 발사했다.

손건호(47·행정6급) 계장과 이수현(38·행정8급) 주무관이 가슴과 등에 큰 부상을 입고 닥터헬기로 인근 안동소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던 중 모두 숨졌다.

당시 김씨는 면사무소 안에서 총을 1∼2발 더 쐈지만 추가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 현장에 있던 민원인과 직원 4명에게 제압당한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이날 사건 현장에는 임신한 직원 등 10여 명이 있었다.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일부 여직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봉화로 귀농 후 소천면 임기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는 지체장애자로 평소 물 문제로 임 모씨를 비롯한 이웃과 자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10일 전 상수도 사용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소천면사무소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이번 사건으로 어깨에 총상을 입은 임 모씨와 상수도 사용 문제로 자주 마찰을 빚었고 최근에도 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피의자 김씨가 물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자 면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찾아 임씨와 물 사용 문제를 조율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건 10일 전에 임 모씨와 다툼을 벌이던 중 김씨는 스님에게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섭 봉화경찰서장은 “사찰 쪽에서 내려오는 물을 당초 2가구에서 사용하다 나중에 2가구가 새로 전입해 오면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최근 가뭄으로 식수 등이 부족해지자 김씨가 스님과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를 상대로 보다 정확한 사건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어처구니없는 총질에 동료를 잃은 봉화군청 직원들은 종일 침통한 분위기다.

고 손건호(47·행정6급) 계장은 1997년 9월 봉화군 공무원으로 출발해 예산계, 봉성면사무소 등을 거쳐 지난 7일 소천면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소천면은 손 계장의 고향 마을이 있어 부임하면서 더 의욕이 넘쳤고 남다른 애착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부임 2주 만에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

손 계장과 함께 유명을 달리한 이수현(38·행정8급) 주무관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성실한 동료로 기억한다.

경남 양산에서 자라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뒤 2014년 11월 행정 9급으로 봉화군에 발을 들인 이 주무관은 산림과를 거쳐 2년 반 전에 소천면사무소로 와 지금까지 근무했다.

봉화군은 두 사람의 장례를 봉화군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군청 대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기로 했다.

박문산 기자
박문산 기자 parkms@kyongbuk.com

봉화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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