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이 우주로 날아가지 않도록
공중의 끝자락에 무수히 꽂아둔 나뭇가지들
공중과 가지 사이 실밥처럼 불거진 꽃들
공중에 나무들이 쏘아올린 공처럼 치솟는 새들

새들은 까마득한 공중에 난 검은 구멍이다.
그 구멍으로 검고 깊은 우주가 들여다보인다.

새는 지구를 끌어안다가 가슴이 꿰뚫린 하늘의 구멍이다.
새의 깃털은 하나하나 깊은 주름이다.
새 한 마리가 여자의 정수리 위를 맴돈다.

한 여자가 공중에 난 구멍을 올려다본다.
한 아이가 공중에 난 구멍을 내려다본다.
새의 그림자 같은 검고 희미한 얼굴빛의 여자들
한 아이가 공중에 난 구멍으로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지구를 덮은 / 하늘에 수십여 개의 구멍이 나 있다.





(감상)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다보면 낮에 우리는 하늘을 볼 기회마저 없어요. 날아다니는 새들 덕분에 공중을 쳐다볼 기회를 얻지요. 새들은 지구를 끌어안다가 하늘에다 구멍을 내는 모양이죠. 공중에 구멍이 있어야 하늘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밤에는 어떠한가요. 밤에 별들은 하늘 쪽에서 구멍을 내기 때문에 빛을 내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고 주름을 없앨 수 있어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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