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내주지 말라" 수차례 요청···진정서도 제출
경찰, '총기 협박' 증인도 목격자도 없다는 핑계로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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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총 난사로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창문이 깨져 있다.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이번 참극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 13분께 김 모(77)씨가 마을 스님 임 모(48)씨에게 엽총 3발을 발사해 총상을 입힌 뒤 차량을 타고 소천면사무소로 이동해 같은 날 오전 9시 31분께 근무 중이던 공무원 2명에게 각각 1발씩 엽총을 쏴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약 2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과 상수도 사용 문제, 쓰레기 소각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오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또 위의 문제에 대해 지지부진한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담당 공무원에게 엽총을 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가 유해조수구제용으로 총기 사용을 허가받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엽총을 반출한 횟수는 13회에 달한다.

이웃 주민들은 김씨가 평소에도 엽총으로 위협을 가해 경찰에게 총을 내주지 말 것을 수차례 요청하며 지난달 30일에는 진정서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신고 당일 오전에 엽총을 꺼내 간 피의자를 찾아가 총을 회수했지만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지난 8일 엽총 출고를 다시 허용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 등을 상대로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듣고 사실 여부를 조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했고 이달 3일 진정도 취소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진정서를 제출한 이 사건의 1차 피해자인 임씨의 부인 A씨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A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서를 낼 당시를 떠올리며 “(경찰이) 스님과 나에게 예민하다. 증인 없고 목격자도 없으니까 그만하라고 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스님과 범인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옆 집 이웃과의 물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중재했더니 앙심을 품었다”며 “김씨는 평소에도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이니 누구에게든지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김씨가 지난해 손도끼까지 들고 절을 찾아 심각한 위협을 가해 이를 경찰서에 가서 말했으나 경찰에서 돌아온 대답은 증언자도 없고 총기 허가를 받은 김씨의 총을 뺏을 근거가 없다는 식의 대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7항에는 지방경찰청장 또는 경찰서장은 다른 사람의 생명·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도 총기 등의 소지허가를 막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은 결국 경찰이 개인 소유물에 대한 지급을 막았다가 이의 제기를 통해 자칫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게 무서워서 사태의 위험성을 알고도 넘긴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경찰은 매번 법률상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댄다”며 “핑계를 대기 전에 더 적극적으로 주민 갈등 해소에 참여했으면 이번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문산·류희진 기자
박문산 기자 parkms@kyongbuk.com

봉화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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