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소멸위험 시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경북은 대기업이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업단지를 만들어 분양해도 분양률이 대부분 10%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인구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기업이 들어와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오히려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구미의 삼성과 LG가 수도권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포항의 철강기업들이 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수도권 규제를 사실상 풀어버려서 지역에 있던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새롭게 구성해 균형발전을 모색한다지만 이미 지방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기업이 지역 공단 입주를 꺼리기 때문에 위원회가 꾸려져 논의를 해도 탁상공론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위가 기존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를 활용해 지역혁신심의회 심의를 거친 자립사업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지만 지역에서 자립사업을 펼 기업을 찾기 어렵다. 국가균형발전위의 구상은 균형발전 정책을 지방이 주도하라는 의미로 이런 지원 계획을 세웠겠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에 불과하다. 그간 국가, 그것도 대통령 직속기관이 맡아 해 온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지방 주도 균형발전 정책이 먹혀들 리 없다.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만 해도 그렇다. 자체 사업비 의무분담비율을 30~40%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난에 빠져 있는 지자체로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5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듯이 대기업의 지방 투자와 지자체 재정 확충 등을 정부가 조정하지 않고는 국가균형발전은 불가능한 것이다.

대구·경북에 조성해 놓은 산업단지 분양률을 보면 국가 주도 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한 포항 블루밸리는 분양률이 제로다. 일반상업단지인 포항 신흥일반산업단지 분양률 또한 제로다. 역시 국가산업단지인 구미 하이테크밸리도 분양면적이 5.6%에 불과하다. 일반산업단지인 포항 영일만 3일반산단 20.3%, 경주 명계 2일반산단 12.2%, 문경시 신기 제2일반산단 37.4%로 50%를 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이 같은 공단 미분양 사태는 단순한 지방행정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오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규제개혁이란 미명으로 사문화시켜 사실상 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지역에 기업이 와야 한다. 기업이 오면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면 돈이 돌고, 문화가 형성된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있다면 기업의 지방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빠진 지방소멸 대책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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