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한 저음이 트레이드 마크…스윙 재즈·팝 발라드 불러

‘하숙생’을 부른 원로 가수 최희준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연합 자료사진
‘하숙생’으로 1960년대를 풍미한 원로가수 최희준(본명 최성준)이 2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1936년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태어난 최희준은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데뷔해 ‘진고개 신사’, ‘맨발의 청춘’, ‘하숙생’, ‘길잃은 철새’, ‘팔도강산’ 등 많은 히트곡을 냈다.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그는 법대 대표로 카니발 행사인 ‘장기대회 노래자랑’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가창력으로 주목받았으며 1950년대 후반 미8군 무대에 서면서 진로를 바꿨다.

특유의 허스키한 저음이 매력이던 그는 작곡가 손석우를 만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960년대 말까지 매년 방송사 10대 가수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최희준이란 예명은 손석우가 ‘항상 웃음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이름에 ‘기쁠 희’(喜)를 넣어 붙여줬다.

특히 그는 인생의 덧없음이 시적인 노랫말에 담긴 1965년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 ‘하숙생’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트로트가 유행하던 시절 스윙 재즈 풍 노래와 팝 발라드로 당시 젊은층 인기를 끌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이 노래는 1991년 가수 이승환이 2집에서 리메이크해 시대를 넘어 사랑받기도 했다.

최희준은 1996년 제15대 안양 동안갑의 국민회의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해 ‘가수 출신 정치인’ 1호라는 수식어도 있었다. 2001년 문예진흥원 상임감사, 2003년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2007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대상(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는 “최희준 씨는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도 늘 자신의 지역구가 둘이라고 강조했다”며 “하나는 지역구인 안양의 동안갑구, 또 하나는 가요계라고 말씀하셨다. 가수 출신 정치인으로 가요계, 나아가 연예계 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최희준 씨에게는 ‘찐빵’이란 별명이 있었다”며 “무대 위 조명 열기로 인해 평소 짧게 자른 스포츠형 머리에서 김이 나는 모습이 마치 찐빵 같다면서 희극인 구봉서 씨가 별명을 붙여줬다”는 에피스도 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7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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