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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유희경 등록일 2018년08월26일 15시38분  
성당 앞은 언제나 붐빈다.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멈춘다. 몇 번인가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종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거대한 종이 움직이는 것을 본적도 없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할까.

곧 미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이 많은 기도를 두고 어디를 디뎌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기도하십시오. 멀리서 매미가 울부짖는다. 덥다 너무 덥다. 기도하십시오. 기도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절룩거리며 지나가는 사내를 보았다. 오후처럼 그는 흐리고 느렸다. 그의 뒷모습은 그치지 않고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고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손으로 이마를 가려보지만 그늘은 생기다가 사라지고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감상) 성당 앞에서 종소리를 듣는 일, 미사가 시작되어 기도드리는 일,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한 사내, 이 세 가지 풍경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마처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올해같이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이마를 가려보지만 그늘은 이내 사라집니다. 하지만 장마 후에는 신선한 바람이 묻어옵니다. 가을이 오면 무더웠던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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