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가뭄·폭염에 배추·무 등 가격 급등···김치가 금치로
단체급식·서민형 식당 "수급 어려워 반찬에서 김치 빼기도"

배추를 비롯한 야채 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김치가 ‘금치’로 변했다.

올봄 냉해와 여름철 가뭄·폭염 등의 영향으로 밥상에 오르는 웬만한 채소 가격이 모두 급등하면서 싱싱한 야채반찬을 먹기가 힘들어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자 학교 급식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항시 학교급식지원센터 관계자는 9월 급식자재 발주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채소류 품위는 떨어졌는데 가격은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무상급식은 영양교사가 식자재 시장조사 후 단가를 알려주는데, 9월 발주에는 시세와 너무 차이가 나서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때문에 배추·무·파 등 김치 재료 대신 김치 완제품으로 발주해달라는 협조요청을 하는 등 당분간 단체급식에서 신선한 채소반찬을 찾기가 힘들 전망이다.

지역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예 ‘식자재 수급이 어려워 시금치 된장국을 두부된장국으로 변경합니다’라는 안내문도 나붙었다.

이 어린이집 영양사는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품위가 좋은 식자재를 구하는 게 힘들어 부득이하게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김치가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서안동농협 풍산김치공장 관계자는 “배추와 무를 많이 쓰는데 함부로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며 “10월까지는 본사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와 무 등 김치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형 식당에서는 겉절이 대신 장아찌류로 밑반찬을 대체하거나 아예 김치를 식단에서 빼는 곳도 생겨났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A식당업주는 “배추 1단에 7000씩 하는 통에 김치를 선뜻 내놓기가 겁이 난다”며 금치로 변한 김치의 현실을 대변해 줬다.

실제 8월 4주차 채소류 가격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구 지역 기준 무(18kg) 도매가격은 3만7000원으로 닷새(20일 2만4000원) 만에 54%나 뛰었다.

평년 8월 중순 가격(1만4640원)과 비교해도 152%나 오른 수치다.

같은 날 배추(10㎏)도 2만6000원으로 20일(2만1000원)과 비교해 5000원이나 올랐다.

평년(1만3700원)보다 2배 수준이다.

시금치(4kg) 가격은 7만원으로 한달 전 가격인 2만3800원보다 194%나 뛰었다.

평년 가격 3만9383원 보다 77.7% 상승했다.

양배추(8kg)는 1만5000원에 거래돼 한 달 전(9800원)과 평년(6773원)과 비교해 각각 53%, 121% 올랐다.

얼갈이 배추(4kg)는 1만2000원으로 평년(5707원)보다 110% 뛰었다.

쌀 가격마저 올랐다.

지난 24일 대구지역 기준 쌀(20kg)은 1년 전(3만5000원)보다 12000원 오른 4만7000원에 거래됐다. 평년(4만333원)보다 16.5% 오른 수치다.

지역 식자재 납품업계 관계자는 “배추·무·양배추 등의 가격이 너무 올라 고민이 많은 데 그 외의 채소류 역시 가격이 만만찮아 대체식단이 가능할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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