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특집] 대양으로, 新동해안시대 열자

▲ 포항 영일만항.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영국의 탐험가 월터 롤리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물류)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마침내 세계 그 자체를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와 로마 제국 이어 스페인과 영국 등이 해상무역과 패권 장악으로 도시와 국가가 크게 번영했다.

장보고의 청해진 설치와 해상권 확보, 중국의 정화 원정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류는 또 4차 산업 혁명 시대 핵심 응용 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북방정책은 물론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해상·육상 복합 실크로드) 전략, 러시아 신동방정책, 북한 동해안권 경제 개발 사업이 맞닿는 환동해 넓은 바다에서 이들 구상을 현실화할 북방 물류 거점항만으로서의 포항 영일만항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남북 교류 협력 재개와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극동지역 투자 확대가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 대북방 물류 교류 거점인 영일만항의 중요성이 부각, 정부와 지자체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 영일만항 전경.

△ 영일만항 태생과 개발 과정.


포항 영일만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원조 북방외교’가 한창 추진되던 지난 1992년 처음 사업 계획이 고시됐다.

동해안 최북단 종합물류항만이자 컨테이너항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러시아 연해주 식량 자원 운송 물류 기지화를 목표로 멀리는 유라시아 진출 전초기지, 가까이는 대구·경북 동해안권 물류거점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역사의 닻을 올렸다.

이후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2조8463억 원을 투입해 항만 선석 16석, 방파제 8.11㎞, 배후단지 126만㎡ 조성이 목표였다.

하지만 사반세기가 지난 2017년 말 현재까지 투자액 1조4035억 원으로 목표 대비 49.3% 수준, 항만 개발은 6선석 완공 등으로 전반적으로 전체 목표 절반 정도 도달에 불과, 항만 개발 조성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영일만항 인프라 조기 건설과 활성화를 위한 부두 재배치 필요성이 대두함에 따라 지난해 이를 포함한 ‘포항항 종합개발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키도 했다.

영일만항 댜드 전경.

△ 쉽지 않은 여건 속 물동량 확보 매진, 올해 8월 개항 9년 만에 100만TEU 달성 성과.


영일만항은 대구·경북지역 산단 컨테이너 화물을 확보, 지리적으로 더 먼 부산항을 향하는 내륙 수송비와 도로 체증을 완화하고 국토 균형적 발전과 물류비 감소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개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막상 개항해 보니 대구·경북 지역 물동량은 거의 없고, 세계적 경기 불황과 철강 경기 침체로 쉽지 않은 신생 항만 여건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불구, 발상 전환으로 러시아 수출 자동차 물동량 유치, 철강제품 수출의 벌크에서 컨터이너화 추진 등으로 2016년 9만1000TEU, 지난해 10만4000TEU에 이어 올해 우드팰릿 화물 증가와 냉장·냉동 화물 신규 유치로 12만5000TEU를 목표로 물동량이 다시 차츰 늘리고 있다.

항로 개발에도 적극 나서 현재 러시아·중국·일본·베트남 등 7개국 23개 항만에 기항하고 있고, 특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정기항로가 올해 5월 추가로 취항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개항 9년 만인 올해 8월 영일만항은 누적 물동량 100만 TEU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항 영일만항 화물선 입항

△ 북방 경제 흐름 속 영일만항 활성화 호기.


남북 경협 흐름 속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가동이 유력한 것이 항만 활성화의 희소식이다.

중국 동북 3성 대부분 화물은 현재 다렌항을 통해 인천·평택항으로 한국에 수출·입되며 운송 거리는 2000㎞에 이른다.

나진항이 다시 개방돼 중국 훈춘~북한 나진~포항 영일만항 항로를 활용하면 1000㎞ 이하로 대폭 단축돼 물류비 절감이 기대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이상우 ㈜포항영일산항만 대표의 설명이다.

또 나진항~영일만항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의 석탄·철광석 등 광물 자원과 우리나라 라면·생수·초코파이 등 먹거리 교역은 물론 남-북-러 가스관 연결, 관광 사업 교류가 이어지면 영일만항을 남한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상우 대표는 “각국 지자체의 우선적인 네트워크 확보와 물류시장 조사를 통한 준비가 중요하다”며 “영일만항이 북방물류 주도권을 쥐는데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오는 9월 러시아 동방포럼 참석과 11월 한러 지방협력포럼 포항 개최도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포럼 성과가 장기적으로 한-러 교역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 실질적인 전문가 교류와 북극 항로 개설 연구 등 양국 지방정부 간 다양한 분야 상호 공동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항만은 철강에 이은 포항의 기간산업”이라며 “북방 교역 활성화를 위한 북한 나진·선봉,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의 협력을 강화해 영일만항을 남-북-중-러-일 환동해 북방교역 중심 항만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 인입철도 등 항만 인프라 구축 시급...포항항만물류공사 필요성도 높아.

북방물류 선점과 항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항만인입철도와 동해중부선 정기 준공 등 항만 인프라 조기 구축이 시급하다.

올해 12월 준공 예정에서 지진 등 영향으로 내년 10월께로 개통이 연기된 항만인입철도를 하루라도 빨리 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포항시 관계자는 “인입철도가 개설되면 대량 수송으로 물류비는 20%가량 절감되고, 관심이 많은 경북 내륙 지역 화물을 연간 현 물동량의 10%(1만TEU)가량 유치해 물동량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2020년 완공 예정인 동해중부선와 연계해 강원 삼척 등의 화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우드팰릿 화물 추가 확보 등 항만마케팅에 영일만항의 핵심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영일만항 조기 조성과 항만 인프라 체계적 구축 등 항만 관리·운영 전반 ‘콘트롤 타워’를 담당할 항만공사 필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항만공사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항만시설 개발과 운영을 전담하는 공기업으로 부산·인천·평택·울산·여수광양 등 주요 무역항은 대부분 설립된 상태지만 포항은 아직 없다. 포항시도 가칭 ‘경북포항 항만물류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올해 안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항 지역 자체 물동량 확보와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해 영일만항 일반 산단과 항만배후단지 활성화도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은 “사실상 임시 가동 상태인 영일만항은 쉽게 말해 ‘메뉴를 덜 갖춘 음식점’과 같은 상태지만 물동량 유치를 잘해 선방하고 있다”며 “항만 물동량은 항만 인프라를 풀(FULL)로 갖췄을 때부터 대폭 증가하는 만큼 항만 인프라 완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포트 세일즈 등 항만 물류 유치는 물론 여객 출입국, 화물 검역 등 여러 기관별로 흩어진 관련 업무를 ‘원스톱 서비스’할 수 있는 항만공사도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여객선 부두 완공시 기대 효과.

2020년 준공 예정인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활용과 크루즈산업 활성화도 영일만항 경쟁력 확보는 물론 포항, 넓게는 경북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는 지난해 9월 착공을 시작으로 총 454억 원이 투입돼 오는 2020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부두길이는 310m로 7만5000t급 크루즈 접안이 가능하다.

시는 환동해권 크루즈와 국제페리 정기항로 개설 추진과 포항~일본 대마도 항로 개설, 포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시범 운항 등을 추진하며, 영일만항 크루즈 유치 마케팅을 위해 크루즈 선사와 국내 대형여행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영일만항의 크루즈 기항 항만 개발은 물론 고부가 가치 창출과 내륙 관광 활성화를 위해 포항과 인근 경주(감포해수욕장·문무대왕릉 등 관광 자원)·영덕(블루로드·대게먹거리)·울진(후포마리나·울릉도 여객터미널 등)·안동(유교 등 전통문화예술)의 거점별로 특성을 고려한 크루즈 연계 관광프로그램개발도 심사숙고 준비돼야 한다.

박수빈 경상북도 관광진흥원 자문연구원은 “경북 동해안 실정에 맞는 크루즈 관광 거점 연계와 편의시설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선박 입출입·선원·항만 관련 법·제도 개선, 다양한 요구에 맞는 홍보 마케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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