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주년 특집] 긴급진단-경북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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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경북경제는 지난 10년간 지속 위축

최근 10년(2006~2016년) 동안 경상북도의 경제성장률은 몇 차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전국 지역평균을 밑도는 부진에 빠지면서 경상북도 경제규모도 2006년의 전국대비 6.55%에서 2016년에는 6.05%로 10년 전에 비해 0.5%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시도 중에서는 가장 큰 하락 폭으로 그만큼 지역경제가 위축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의 1인당 GRDP는 2016년 기준 3천699만원으로 전국 지역평균인 3천204만원은 간신히 웃돌고는 있지만, 2006년부터 10년간 1인당 GRDP의 연평균증가율은 4.5%로 전국 평균이 4.8%, 충청남북도가 각각 5.9%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4위에 그치고 있어 지역민의 소득수준 향상이 매우 부진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경북경제의 침체는‘포스트 철강’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사진은 포항철강공단 전경 경북일보DB
◇경북 경제의 위기 원인에 대한 분석

이하에서는 경북경제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하여 부문별로 진단해 보고자 한다.

△산업 경제적 측면의 정체: 주력 산업도시의 생산 활동 위축.

경북경제가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활동이 부진한 데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경북지역의 경제를 이끌어 왔던 양대 축인 구미의 전자와 포항의 철강이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진전, 국내 생산 공장의 해외이전 가속화 등 다양한 여건변화로 과거와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경상북도의 2017년 광공업생산지수(2015년=100)는 89.9로 전국평균 104.2를 크게 밑돌며 17개 광역지자체 중 최저수준인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경북경제의 부진은 지역 내 생산 활동의 위축이 최대 원인일 것이다. 지난 10년간(2007~2017년) 광공업생산지수의 변화폭을 살펴보면 모든 광역지자체가 10년 전인 2007년 수준의 1배수를 넘기고 있는 데 반해 경상북도만 유일하게 0.8배에 그쳐 지역 내 광공업생산 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이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비경제적 측면의 약화: 전통적 소비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처 미흡.

경북경제의 부진의 두 번째 요인으로는 전국 각 지역에 모두 해당되는 공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 소비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 내지는 적응하지 못한 데 따른 소비경제적 측면의 약화를 들 수 있다. 지역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소비하거나 지역 농수축산물을 다른 지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 활성화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에도 지역간 교통, 물류, 수송네트워크 등 인프라는 꾸준하게 확충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물류수송망의 확충에 따른 지역 농수산물 등의 전국 소비시장으로의 진출보다는 오히려 소비경제면에서의 빨대 효과가 가속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지역에서 애지중지하고 있는 전통시장, 영세 소규모 상점 등이 취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품들은 지역생산품보다는 타지역 생산품이 많다. 하지만 그마저도 ICT산업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간편식, 냉동냉장식품 등 식생활용품은 물론 의류, 잡화 등에 이르기까지 스마트쇼핑, 홈쇼핑 등을 통한 소비가 폭넓은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소비패러다임의 변화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역의 소비용품을 공급하던 유통망이 크게 위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전통적인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의 1차 생산품을 신선야채, 횟감, 숯불구이 등 직접적인 소비에만 치중해온 나머지 다른 지역에서도 소비가 가능한 고부가가치의 농수산축산물의 식품가공산업의 육성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대규모유통점포의 진입으로 지역 내 선순환의 소비경제체제가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북경제 산업구조가 과거 정권에서 창출된 지역적 특수성으로 때문에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경북일보DB

△사회경제적 측면의 구조변화: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인구감소 본격화.

세 번째 부진요인은 첫 번째의 생산 활동 정체와 두 번째의 지역 소비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부적응이 혼합되면서 제조 공장에서의 일거리, 유통서비스부문에서의 일자리도 점차 위축된 결과 지역 청년층의 역외이탈이 가속화되고 저출산·고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이것이 다시 생산인력의 부족과 소비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조금씩 현재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경북의 경우 이와 관련된 인구사회구조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이나 대구 등 인근 대도시로 출산연령층의 진출이 2000년 이후 2017년까지 가속화되면서 전국 초등학교 재학생 수 비중은 서울 및 광역시를 제외한 지자체 중에서는 전남과 함께 최저수준으로 2000년 시점에 비해 0.6%p나 축소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경기 5.3%p, 충남 0.6p%, 경남 0.3%p씩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음을 알려준다. 특히 통계가 제공되는 2014년 2/4분기 시점에서는 경북의 청년실업률이 6.6%에 불과하였지만 2018년 2/4분기 현재는 12.5%에 이르러 지난 4년간 청년실업률의 상승 폭이 5.9%p나 된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으로 청년일자리의 창출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경북지역의 저출산·고령화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정치경제적 측면의 경직성: 국가전략의 적극적 수용에 대한 반작용.

경북경제의 산업구조가 현재와 같이 형성된 것은 과거 정권이 창출된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국가 경제의 초기 발전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핵심기간산업을 경북지역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때문이다. 바로 포항의 철강과 경북 동해안지역의 원자력벨트 조성이 그것이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현재 경북지역의 경제적 위기는 이들 지역에 대한 국가발전 초기에 주어진 혜택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후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새로운 산업의 육성을 위한 국가사업에서는 배제됨으로써 포스트철강, 포스트원전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에게 있어 반드시 특혜적인 경제적 편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전략의 수립과 당시의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 속에서 경북지역이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경직적인 수용은 성주지역의 사드배치를 둘러싼 지역민의 갈등, 해당 지역 농산물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의 유포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경제적 비용을 감수한 바 있다. 그뿐 아니다. 경북동해안에는 울진과 경주의 원자력 발전소, 경주의 방폐장 건설 등도 지역에 대한 대가성의 재정적 지원이 뒤따르기는 하였으나 해당 지역민들의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불안심리가 적지 않은데다, 다른 지역민들을 이주시켜 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한 지역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국내 여행객을 유치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국가전략의 수용에 대한 경제면에서의 마이너스 측면도 결코 작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탈원전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경우 예견되는 지방재정의 악화 등의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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