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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화 등록일 2018년08월29일 17시15분  
그는 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
창밖에는 아침 새와 지난날의 안개,
꿈이 날아갈 때마다 안개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슬픔이 고인 실루엣은 능선처럼 낮아 보였다
가족사진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웅크린 한숨이 성큼 걸어 나와
펴지지 않는 궁리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썼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숨소리조차 휘어지는
그의 울음은 웅크린 등 안쪽으로만 흘렀다


내일이 어둠을 털어내 줄 수 있을까
삶을 일으켜 또 다시 내어주는 둥근 저





(감상) 웅크린 등은 몸 전체를 감추듯, 날아가 버린 낡은 꿈과 슬픔과 울음들이 쟁여져 있다. 굽은 등은 그 사람의 인생역정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특히 등을 돌리고 잠자는 가족을 보면, 한숨들이 펴지지 않은 채 등 안에 둥글게 말려 있다. 등속에다 손을 넣으면 구들장처럼 뜨끈하게 느껴진다. 가슴 속이 점점 데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가슴 속에 꽉 찬 응어리를 떨치고, 어둠을 털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저 둥근 등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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