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해평의 칠창마을에 사는 우편배달부(郵吏) 김성원이 집에 누렁이 개 한 마리를 키웠다. 어느 날 김성원이 이웃 마을에 놀러 갔다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인 채 집으로 오다가 월파정 북쪽 길가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나서 김성원이 타죽게 됐다. 이때 키우던 누렁이 개가 나타나 낙동강의 물을 털에다 적셔 잠들어 있는 김성원의 주위를 빙빙 돌아 화를 면하게 했다. 주인을 살린 누렁이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김성원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개를 기려서 관을 갖춰 매장하고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조선 인조 7년(1629) 선산부사 안응창의 ‘의구전(義狗傳)’에 나오는 황구 얘기다.

구미시 해평면 낙산 3리 칠창마을에 있는 황구의 무덤은 1994년 9월 경북도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개의 의로움을 기려서 무덤이 있는 곳을 구분방(狗墳坊)이라 하고, 봉분을 사람의 무덤처럼 만들어 놓았다. 무덤 앞에는 ‘의구(義狗)’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 무덤을 의구총(義狗塚)이라 부른다.

의구총 황구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다 순직한 수색견 이야기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경찰의 과학수사에 투입돼 6년여 동안 맹활약을 펼치다 작전 중 뱀에 물려 순직한 체취증거견 셰퍼드 ‘래리’얘기다. 래리는 지난달 23일 충북 음성군 소 속리산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뱀에 왼쪽 뒤꿈치를 물려 숨졌다. 체취증거견으로 현장 수색 중 숨진 경우는 처음이어서 대구경찰청은 래리의 죽음에 ‘순직’이라 경의를 표했다.

대구경찰청에 2012년 생후 1년 6개월 만에 배치된 래리는 전국의 강력사건 현장 39곳과 수색현장 171곳에 투입돼 사건 해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사 부근 야산에 살해된 뒤 암매장 돼 있던 4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경찰은 청도군의 반려동물 전문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다음 달 10일 대구경찰청 건물 앞에 추모 동판을 세우고 추모식도 가질 예정이다. 동판에다 충견(忠犬) 래리의 활동상을 자세하게 적어 기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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