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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양형호텔 수익금 안주면 객실 돌려줘야"

대구고법 "위탁사 소유권 제한은 비례원칙 위배"
라마다 제주 함덕 투자자들 항소심서 일부 승소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8월29일 20시51분  
대형은행에서 정년퇴직한 A씨는 눈에 띄는 신문광고를 접했다. 2015년 10월 제주도 함덕해수욕장 옆에 완공하는 특급호텔에 투자하면 연 11%나 되는 수익금을 매달 준다는 내용이다. 분양형 호텔인 ‘라마다 제주 함덕 호텔’ 광고다. 투자자들이 객실 소유권을 갖고 별도의 회사가 호텔을 위탁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의 수익형 부동산이 바로 분양형 호텔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풍이다.

311개 객실의 라마다 제주 함덕 호텔은 지역의 유성건설이 시공하고, 시행은 한국토지신탁, 위탁운영은 (주)퍼스트민서가 맡았다. A씨는 2014년 6월 1억5000여만 원을 투자해 한국토지신탁에서 객실 한 채를 분양받았고, 퍼스트민서와 10년간 위탁운영 계약을 맺었다. 담보대출을 받은 분양대금 50%를 제외한 실 투자금액 대비 연간 11%의 확정수익을 주고, 담보대출금에 대한 5%의 이자를 지원한다는 확정수익 지급 보증서도 받았다. 대구 등 전국 각지의 투자자 249명이 이런 방식으로 객실을 분양받아 위탁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2016년 1월부터 3개월마다 주겠다고 한 확정수익금을 세 번밖에 못 받았다. 퍼스트민서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수익금 3회 지급분 20억 원도 시공사인 유성건설이 대신 줬다. 참다못한 유성건설이 지난해 7월 25일 제주지법에 퍼스트민서에 대한 파산신청을 했고, 법원은 올해 1월 18일 파산선고 결정을 내렸다.

220여 명의 투자자는 비상대책위 성격의 관리단을 별도로 만들었고, 188명의 투자자는 2016년 9월 22일 대구지법에 퍼스트민서를 상대로 퍼스트민서가 점유하고 있는 객실을 돌려달라면서 건물인도 등 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퇴직 후 노후보장과 제주도 여행이라는 소박한 꿈을 위탁운영사가 앗아가 버렸다”며 “사기꾼 퍼스트민서 서정수 대표와 법인을 제주지검에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지난해 6월 22일 1심 선고 결과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수익금을 준다는 약속을 어긴 위탁운영사가 당연히 점유하고 있던 호텔을 주인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오리라 믿었는데, 반대였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원호신 부장판사)는 “분양계약과 운영위탁계약이 불가분적으로 결합 된 것이어서 원고들이 분양계약을 유지한 채로 운영위탁계약만을 별도로 해지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고법 제3민사부(이흥구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원고들에게 전유부분인 객실을 인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원심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위탁운영사가 호텔 운영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을 줬는데도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까지 투자자들의 객실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수익금 지급 등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도 무려 10년간이나 투자자들의 소유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승소 판결을 이끈 법무법인 신라의 여인협 변호사는 “수익형 호텔이 우후죽순 늘면서 이번 소송의 원고들과 같은 피해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서 선도판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마다 제주 함덕 호텔 관리단장은 “수익형 호텔 위탁운영사가 투자자들의 객실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운영하면서도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제도적인 허점도 많았다”면서 “이번 판결이 수익형 호텔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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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