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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를 가다] 24. 청도 와인터널

와인이 시처럼 익어가는 보물창고에서 주홍빛 추억 만드세요

이재락 시민기자 등록일 2018년08월30일 17시14분  
대표적인 포토존
와인터널은 경북 청도의 대표 핫플레이스다. 와인터널은 와인을 저장하는 숙성창고이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지이다. 특히나 찌는 듯한 여름에도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더위를 피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방문 당일 비가 엄청나게 쏟아 부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인터널을 찾았다. 인근 상인들의 말을 빌리면 오늘 정도면 평소의 50분의 1밖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날 좋은 날 주말이면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라니 과연 핫플레이스가 맞다. 특히나 2016년에는 모 방송의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가 되는 통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많았고, 연인끼리 손을 잡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청도와인터널 진입로
이 터널은 1905년 개통돼 경부선 기차가 지나가던 곳이었는데 1937년 다른 곳으로 터널이 뚫리면서 이 곳은 폐쇄됐다. 그렇게 방치가 되다가 2006년에 와인 저장고로 사용이 되면서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터널 내부는 연중 일정하게 15℃ 정도로 온도가 일정하고 습도 역시 60~70% 정도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와인 숙성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터널의 길이는 편도 1km 정도이고, 끝 부분에 도달하면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나와야 하는 구조다.
입구앞 조형물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2000원을 내면 기념품으로 감와인 마스크팩 하나와 박쥐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소원박쥐 하나를 준다. 기념품은 매번 바뀌는 듯하다. 기다란 터널 내부는 주제별로 구간을 나눠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각종 감와인과 감식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을 지나가게 된다. 감와인은 잔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한 잔에 3000원~5000원 정도다. 이럴 때는 운전자의 입장이 서럽다. 그 외 주스나 에이드 등 간단한 음료도 사 먹을 수 있다. 매대를 지나면 앉아서 쉬거나 음료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의 수가 꽤 많은데도 찾아온 사람이 많을 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테이블 지대를 통과하면 와인을 숙성 중인 와인저장탱크들을 구경할 수 있고, 와인과 감에 대한 각종 전시물들도 볼 수 있다. 터널의 끝 부분으로 가면 무수히 많은 소원들이 적혀있는 소원박쥐를 걸어둔 공간으로 이어진다.
와인터널 입구
내부의 습도는 매우 높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서인지 그렇게 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한기도 느껴질 정도인데 미리 알고 온 사람들은 긴팔 옷을 입거나 간단한 담요를 두르고 다니기도 한다. 가끔이지만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하니 놀라지는 않도록 하자.
와인 및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공간
와인과 감식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는 곳을 지나간다. 청도의 대표 특산물인 청도반시와 그것을 이용한 와인과 식초는 이미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청도 반시는 청도군 일대에서 생산되는 씨가 없는 감을 일컫는다.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인체의 저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며, 피로회복에도 좋은 식품으로 예로부터 신의 과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 감을 발효하고 숙성하여 식초도 만들고 와인도 만들었으니 그 풍미는 얼마나 황홀할 것이며, 영양학적 가치는 얼마나 높을 것인가.
와인터널 내부
터널 내부가 무작정 어두울 것 같지만 틈틈이 사진을 찍을만한 포토존에서는 사진이 어느 정도 잘 나올 정도의 조명을 갖추고 있다. 사람이 많은 날에는 줄을 서서 찍는다고 하니, 사진 포인트와 프레임 등을 미리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터널을 구성하는 벽돌
이 터널은 토목·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곳이라고 한다. 벽면은 자연석인 화강암을 깎아서 쌓았고, 5m가 넘는 천장을 아치형으로 둥글게 지지하고 있는 붉은 벽돌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축조된 지 무려 110년을 훌쩍 넘긴 건축물임에도 무너지지 않고 건재한 것이 고맙기까지 하다.
소원종이들
짧으면 짧고 기다면 긴 터널의 종착지에 다다르면 무수히 많은 소원종이들이 걸려있다. 매표소에서 준 소원박쥐 종이에 소원을 적어 걸어둔 것이 저리도 많다. 다른 관광지에서도 소원을 걸어두는 곳이 많지만 이곳의 양은 압도적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고심을 하고 정성을 다해 적었을 소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면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꼭지씩 읽어보며 세상사람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사는지도 보고, 사람 사는 모양들이 다들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어느 아이의 소원
와인터널 측에서는 이곳을 와인과 함께 ‘우리의 꿈도 함께 숙성되는 곳’으로 표현하고 있다. 멋진 표현이다. 꿈은 어린 시절에만 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어릴 적보다 좀 더 숙성이 되었을 것이며, 좀 더 좋은 향기를 품고 맛도 더 깊어졌을 것이다. 청도와인터널은 이곳을 찾는 ‘어른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꿈을 꾸라. 그리고 산패되고 상하지 않도록 소중하게 숙성을 시키라고 말이다.
터널의 끝

터널의 끝에는 분홍빛 LED 장미들이 잔뜩 심어져 있다. 그리고 꽃밭 너머엔 환한 빛이 한줄기 비치고 있다. ‘끝’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심오하다. 어느 것의 끝은 다른 것의 시작이다. 동굴 끝의 빛, 그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 인생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꽃밭을 마주할 수 있을까.

터널의 입구를 출발하여 테마 하나하나를 지나며 걸어보니 마치 인생의 타임라인을 타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통로, 어두워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것, 때로는 걷는 것이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멀어지는 것들이 아쉬운 것까지 우리네 인생을 똑 닮았다고 하면 괜한 감상일까. 그리고 그 길은 나 혼자만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걸어가기도 한다.


삶은 여행이다. 지구별에 태어나 시작된 여행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를 수는 있어도 종착지는 있다. 다람쥐 쳇바퀴를 돌 듯 종착지를 향해 무작정 걸어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산들바람의 고마움을 생각하고 할 때 우리의 여행은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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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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