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여류작가회' 원로 6인

29일 포항시 남구 포스코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갤러리 특별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영남 서예와 문인화 전통을 잇는 우리 ‘대구경북여류작가회’소중한 우정과 인연 또한 영원히 이어가고 싶어요.”

포스코갤러리 특별기획전 ‘2018 영남 서예·문인화의 맥(脈) 이음전(展)’ 참여 대구·경북 여성 원로 작가 6명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글서예 혜정 류영희, 서각 미목 이주강, 문인화 향사 손성범·연사 이영순·미산 전현주, 한문서예 서연 권향옥 작가가 그들이다.

영남 화맥의 특징인 화사하나 사치하지 않고, 위엄과 지녔으되 권위적이지 않은 미감(美感)을 바탕으로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 문인화 근본정신을 40~50년 동안 절차탁마 원숙한 예술혼을 각자 개성대로 맘껏 드러냈다.

문인화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이며 4계절을 의미하는 사군자 매화(梅花)·난초(蘭草)·국화(菊花)·대나무(竹).

이들은 각자 미술 분야와 소중히 여기는 정신 가치가 똑같진 않을지라도 지란지교 (芝蘭之交·향기로운 사귐)를 꿈꾸며 세한연후지송백(歲寒然後知松栢), 수십 번 계절이 바뀔 동안에도 지조(志操)와 절개(節槪) 굳게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묵묵히 먹을 갈고, 글을 새겼다.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며 40년간 쉽지 않은 예도(藝道·예술의 길)를 함께 걸으며 힘이 돼 주고 조화롭게 서(書)·화(畵)·각(刻) 일가(一家)를 이뤘다.

어느새 인자한 눈매와 웃음마저 자매처럼 닮아 간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류영희 작가(대구)는 한국예총이 선정한 ‘한국예술 문화명인 인증’을 받은 지역 대표 한글 서예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사)대구·경북 서예가협회 이사장, 대구·경북 한글서예협회 공동회장 등을 역임하고 대구광역시 문화상(2015), 대구경북 서예상(2017) 수상 등 그 붓끝이 미치는 범위는 깊고도 넓다.

류 작가는 두 분 은사인 동강 조수호 선생의 ‘살아 있는 나를 죽이고, 죽어 있는 붓을 살려라’와 소헌 김만호 선생의 ‘글씨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를 정신을 평생 글쓰는 바탕 마음으로 했다.

반야심경(한글해석본), 모란이 피기까지, 남을 위한 마음, 행복을 위한 글 등을 여러 서체로 출품했다.

류 작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자랑스러운 한글을 시대 흐름에 맞는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여 세계에 우리 것을 알리고 싶다”며 “인체 신비와 자연 이치를 담은 한글을 더 자세히 알고,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해 부족하지만 노력해 ‘한글 알리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주강 작가(대구)는 국내 최대 11.5m 길이 ‘법보종찰가야산해인사’현판을 비롯해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관 ‘원효불기’, 상주 의암고택 모임당 현판 등이 그 칼 끝에서 탄생시켰다. (사)한국서각협회 이사장, 국제각자연맹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미목서각연구실을 열고 있다.

각고(刻苦)의 세월, 고통을 뼈에 새기며 하루 최대 16시간을 칼과 나무와 씨름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으로 신바람 나게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신이 난다”며 환히 웃는 모습에서 불법을 구하는 승려보다 더한 구도(求道)자의 기풍이 느껴졌다.

특별전에는 ‘무(無)(108각)’, 난득호도(難得糊塗) 등을 선보였다.

이 작가는 “오랜 세월 작품을 하면서 느낀 생로병사 무상함과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철학적 성찰 등을 작품에 표현했다”며 “우리 전통 서각의 소중함을 보존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그 ‘정신’을 뜻에 새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손성범 작가(포항)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경상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운영을 역임하고 1982년부터 향사묵연회 운영을 통한 후학 양성, 현재 경북문인화협회장을 맡는 등 지역 문인화 활성화 토대를 넓혔다.

전통 문인화 여백과 화제를 통해 단아하고 고졸한 작품을 추구하고 있으며, 송수천년(松壽千年), 청풍요죽(淸風撓竹) 등 사군자 덕목을 나타내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구경북여류작가회 현 회장이기도 한 손 작가는 “젊어서는 대나무에 심취했고, 중년에는 여러 화제를 하다 황혼의 지금에는 변함없는 소나무의 절개가 좋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영남 문인화 뿌리인 석재 서병오 선생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순 작가(대구)는 대구미술대전과 대한민국전통미술·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초대작가 등을 역임하고 대한민국전통문인 채색화 명장인증, 대구여성초대작가회 고문을 맡고 있다.

영남 전통 문인화 격조에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방색 가미, 보이는 대로 그리면서 보이지 않는 내면을 투영한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문밖에 가지런히 놓은 고무신으로 표현한 ‘노승의 흔적’, 조선 조 남편 병환이 깊어지자 삼 껍질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남편에 대한 ‘원이엄마’의 마음을 짚신으로 나타낸 ‘무한지애(無限至愛)’, 영천 특산 복숭아 등 지역에 대한 사랑을 담은 ‘황도(黃桃)’등을 선보였다.

이 작가는 “사람들이 과묵하고 무겁지만 볼수록 깊이와 매력이 있는 영남인 특유의 근성을 작품 바탕으로 하면서도 문인화 가치를 현대적 색감과 형태, 스토리텔링을 조화롭게 가미해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전현주 작가(대구)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심사·운영 이사·자문와 대구문인화 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구미협서예 문인화 초대작가상 수상, 국제서법 예술연합 대구 경북지회 고문, 대구여성초대작가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먹의 농담 변화와 여백과 화제 조화를 바탕으로 매화와 참새, 소나무와 목련 등을 주로 그리고 있으며 현대적 감각으로 소규모 작품으로 한 대상을 나눠 표현하는 등 변화도 도전하고 있다.

눈이 올 때 피고 초봄에 웅혼한 기세를 뽐내는 매화가 좋다는 전 작가는 “문인화에서는 여백이 중요하다. 단지 비워둔 공간이 아닌 그림과 글이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인간 사이 관계 또한 이렇듯 여백 같은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향옥 작가(안동)는 대한민국 서예전람회와 경상북도 서예대전 초대작가·심사위원, 한국서예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예총안동지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서를 전공하고 초서도 즐기며 인간성 기본인 덕(德)에 대한 불교·유교 경전과 명시 구절, 명언 등 작품을 출품했다.

권 작가는 “장년가락막여서(長年可樂莫如書) 글귀 뜻처럼 긴 세월 즐길 수 있는 것은 책과 글씨 만한 것이 없었다”며 “오랜 세월 함께 한 여류작가회 동료 서로 서로에게 감사한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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