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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알츠하이머’ 전두환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9월02일 15시50분  
▲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3년 전 10월 15일 그의 모교 대구공고에서 두 번째로 마주했다. 그는 1951년 대구공고 기계과(24회)를 졸업했다. 아내 이순자(79)씨의 손을 꼭 잡은 그는 버럭 화를 냈다. 3년 만에 모교 동문 체육대회를 찾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3년 만에는 무슨”이라면서 심하게 짜증을 냈다. 감색 챙이 달린 흰색 모자가 들썩일 정도로 두 눈을 부릅뜨며 화를 내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선하다. 대신, 기수별 동문이 입장할 때는 선글라스를 쓴 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었고, ‘각하’라고 부르는 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기도 했다. 추징금 체납 문제로 시끄러웠던 2013년 발길을 끊은 이후 3년 만의 모교방문을 만끽했다. 그렇게 꼿꼿하고 정정했다.

지난해 4월 펴낸 5·18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2013년부터 앓은 ‘알츠하이머’를 이유 들어 첫 재판에 나타나지 않은 전두환(87) 전 대통령을 만난 기억이다.

그는 이듬해 6월 21일 대구공고 총동문회가 마련한 동문가족 골프대회에 나갔다. 인터불고 경산 CC에서 총동문회장, 고문 등과 팀을 이뤄 라운딩했고, 만찬을 즐긴 뒤에는 경주에서 1박을 더하면서 지인들과 골프회동을 더 가지기도 했다.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그를 처음 만났다.

2010년 체육대회 때 대구공고 후배들은 팔순을 맞은 전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 각하 내외분 건강하고 오래 사세요’라는 현수막을 들고 입장한 뒤 단체로 큰절한 이른바 ‘큰절 퍼포먼스’로 물의를 빚은 터였지만, 2011년 10월 9일 전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단에서 아내 이순자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주변을 몹시도 경계하던 그는 경호원들에게 기자의 접근을 선뜻 허용했다. 그는 “건강상태도 좋고, 1년 만에 동문 가족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했다. 현장에는 딱 두 명의 기자가 취재했었는데, 기자 모두에게 악수하기도 했다. 팔순이 넘었는데도 당당하고 힘차게 내민 그의 손이 아직 기억에 맴돈다.

2011년의 첫 만남, 2015년의 두 번째 만남, 동료 기자의 입을 통해 들은 2016년의 전 전 대통령. 모두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하고 왕성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2015년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체육대회 참석과 관련해 대구공고 총동문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8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1시간씩 테니스 연습을 할 정도로 건강합니다. 모교 방문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도 강인한 노익장을 과시한 셈이다.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 논란이 불거진 이후 총동문회 체육대회 참석 여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기억력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대구공고 총동문회 사무처장은 “비서진으로부터 ‘연세도 있어서 올해는 대구에 내려가기 어렵다’는 통보가 왔다.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는 것이지 회고록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었다. 세간에서도 전 전 대통령에게 치매 초기 증상이 있다는 말들이 들려왔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어간 그가 알츠하이머를 앞세워 광주지법 재판정에 나가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5·18 희생자들에게 아직도 당당하기만 한, 내가 접한 전두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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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