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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진전에 철책선 넘는 북한 영화들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9월02일 16시05분  
‘우리 집 이야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문화교류가 급물살을 타면서 북한영화의 국내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우리 집 이야기’ 등 북한영화 9편이 상영됐다. 북한영화의 야외 공개 상영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어 6일 개막하는 제2회 申필름예술영화제는 개막작으로 고(故)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북한영화 ‘소금’을 상영한다.

이달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북한영화의 국내 상영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남북 영화인의 왕래는 물론, 우리 영화의 북한 상영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찬반 논란 속 북한영화 상영 줄이을 듯

“이런 영화를 공개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새삼 세상 변한 것을 느꼈다고 할까…남북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 보다 이 영화가 더 놀랍네요.”

지난 7월 15일 밤 부천시청 앞 야외상영장에서 ‘우리 집 이야기’를 관람한 관객의 말이다.

이 영화는 스무 살로 고아 7명을 키워내 북한에서 ‘처녀 어머니’ 칭호를 받은 장정화의 이야기를 옮긴 작품이다.

상영 후 가족 간 갈등과 화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냈고 촬영 기법 등 형식적인 완성도도 수준급이라는 호평이 나오는가 하면, 노골적인 체제 선전 영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영화 주인공 ‘정아’가 일기장에 ‘우리의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우리 집은 당의 품’이라고 적는 등 후반부로 갈수록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장면과 대사가 많이 포함된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제조직위원회에는 이를 문제 삼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찬반으로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객석점유율 등을 볼 때 북한영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영화제를 기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 과정이 간소화해 다른 영화제에서도 북한영화의 상영이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고 저희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소금’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제공
부천국제영화제에 이어 申필름예술영화제도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연출한 영화 ‘소금’을 상영한다.

‘소금’은 1930년대 경향파 작가 강경애 원작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여주인공 최은희는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지만 국내서 공개상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申필름영화제 측은 “올해 4월 타계한 최은희 여사를 추모하기 위해 관계부처의 협조를 얻어 ‘소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금’ 이후에도 북한영화의 국내 상영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부천영화제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 북한영화를 상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 문체부 승인절차 거쳐야…北에 저작권료 지급하는 경우도

‘우리 집 이야기’와 ‘소금’ 영상은 모두 한국영상자료원이 보관 중이다. 부천국제영화제와 申필름영화제는 모두 영상자료원에서 영상을 빌려온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처럼 간단할 듯하지만 북한 자료를 빌려 공개상영하려면 영상자료원의 주무 감독관청인 문체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북한에서 제작된 서적이나 영상 등은 국가보안법 저촉 소지가 있는 특수자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우리 집 이야기’ 주인공 ‘정아’ 역의 배우 백설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문체부 관계자는 “특수자료라고 미리 지정해두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자료의 경우 특수자료로 보는 것이 안정적”이라며 “자료를 활용하려는 측에서 사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문체부에 공개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영화 상영에 대해서는 과거 동·서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교류가 여러 가지 교류 활성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영화를 국내 상영할 경우 북한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외화 유출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천국제영화제는 북한 저작물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우리 집 이야기’ 상영에 따른 저작권료를 기탁했다. 북한에 직접 저작권료를 지급할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통일부 승인을 받은 유일한 남북교류사업자이자 북한 저작권사무국으로부터 협상권을 부여받은 단체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재단을 통해 북한 저작물 이용과 관련하여 체결된 계약은 약 860건에 달하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억∼2억 원가량이 재단에 공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국제영화제 측은 저작권료에 대해 “개별 계약으로 돼 있어서 공개하기 어렵지만,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소금’은 고(故) 신상옥 감독이 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자료를 빌린 덕에 따로 저작권료를 납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문성근 남북영화특위 공동위원장[연합]
◇ 영화인들 남북영화교류 적극 추진

국내 영화인들은 북한영화를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영화를 북한에 소개하거나 남북한 영화인의 왕래를 추진하는 등 영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7월 영화계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배우 문성근 씨를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영진위는 또 북측에 이달 19일 개막하는 평양영화축전에 참가 의사를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우리 측은 남북영화특위가 교류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나 북측은 아직 소통 창구가 없는 실정”이라며 “평양영화축전 참가를 계기로 남북영화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복안이 있지만 북측에 마땅한 대화 상대가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영화인들은 이달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영화교류가 의제로 다뤄지고, 정상회담 이후 이를 논의할 실무 테이블이 구성될 수 있도록 정부에 다각도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은 “언더독의 국내 개봉에 맞춰 조심스럽게 북한 동시 상영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화 교류 의제가 다뤄져 북한 상영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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