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항 기자
지난 8월 29일 대구어린이회관에서는 생존애국지사와 광복회원 등이 모여 주먹밥을 먹으며 순국선열의 독립의지를 되새겼다.

이날 “나라를 잃고 슬픔에 빠진 경술국치일에 어찌 맛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찬 음식 먹으며 나라 빼앗긴 아픔을 상기했다.

대구·경북뿐 아니다. 전국의 학교와 광복회원 심지어 참전용사들까지 치욕의 그 날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면서 조기 게양으로 경술국치 치욕을 되새겼다.

같은 날 고령군 대가야읍 문화의 거리는 때아닌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고령지역 한 인터넷 매체가 주관했다는 이날 행사는 고령군의 문화자산인 문화의 거리에서 수일간에 걸쳐 음식점 부스가 들어서고 노래자랑 등이 펼쳐지면서 나라 빼앗긴 그 날을 잊은 듯했다.

특히 108년 전 나라의 국권이 피탈된 그날인 29일 개막식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노래자랑과 읍·면 풍물단의 꽹과리와 장구로 흥겨운 한판 무대가 펼쳐졌다.

이 자리에 행정과 의회 일부 기관장들이 참석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하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 소식을 접하면 어찌할까? 조선왕조가 건국(1392년)된 지 27대 519년 만에, 그리고 대한제국이 성립된 지 14년 만에 망한 그 날 축포가 터졌다니 말이다.

이러다 보니 문화의 거리를 사용토록 승낙한 행정으로 민원의 눈길이 쏠린다.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7일간 문화의 거리는 음식부스와 계속되는 음악으로 인해 각종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야간 소음과 심지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대가야체험축제 때도 막지 않았던 차량통행까지 통제하는 것을 두고, 주민들의 화를 돋울 만큼 돋웠다.

일체의 예산지원 등이 없었지만, 주민들로부터 행정오해를 불러올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다가오는 대가야문화예술제 등 지역의 굵직한 문화행사마저 위축될 수 있어 고령군의 문화브랜드가 훼손될 수 있다.

29일 저녁나절. 이곳을 지나며 던지는 학생들의 한마디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오늘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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