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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랑대에 걸린 흰옷자락

김성찬 등록일 2018년09월03일 16시33분  
어쩌면 시를 쓰는 일은
마음 도랑을 흐르는 수채에 젖은 일상의 때
손바닥 핏물 배도록 손세탁하는 건지도 몰라
구겨지면 구겨진 채 땟국물 적당히 짜서
빨랫줄 높이 너는 일
지친 바람이 뒤안 대청마루 빤질한 민낯 훔치기도 하는,
얼어붙은 하늘밑 깃털 떨구는
기러기 떼, 몌별의 손 흔들기도 하는
그런 일 같은 지도 몰라
바지랑대 높이 허공을 버팅기다 보면
세상을 휘돌아 온 바람은 제풀에 스미어 향이 되고
찌든 일상을 씻긴 원고는
눈이 곱고 청청한 사연으로 팔랑대다가
고무줄 느슨한 어머니 고쟁이쯤은
동무삼아 함께 마르기도 하는 것이다
날빛도 개의치 않아
숫처녀의 단속곳도 드러내어
말리기도 하는 것이다





<감상> 시를 쓰는 일은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 시이기 때문입니다. 숫처녀의 속옷도 부끄럼 없이 보여주고, 때론 땟국물을 적당히 짜듯이 비유가 필요합니다. 사소한 기러기의 깃털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찌든 일상을 정화시켜야 비로소 시가 됩니다. 일상이 마음 도랑을 거치면 누구나 쉽게 시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를 쓰는 일은 그리 녹록하지 않으니 어찌합니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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