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가는 통계를 기반으로 모든 정책을 수립한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을 낳고, 국가적 혼란과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다.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 되면 어떤 정부나 조직이든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지게 된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트웨인은 “일반적으로 거짓말보다 새빨간 거짓말이 더 나쁘고, 이보다 더 나쁜 것은 통계”라고 했다. 디즈레일리 전 영국 총리도 통계의 함정을 지적하면서 마크트웨인과 똑같은 말을 했다. “실업률을 조사하는 달에는 항상 취업자가 10만 명 늘어난 결과가 나온다” 통계와 관련된 우스개다. 이유는 전국적으로 조사원 10만 명이 일시적으로 고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 통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다. 2010년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유로존을 해체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국가가 통계를 조작, 국가의 재정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원인이었다. 유로존 회원권을 얻으려고 통계 당국이 재정적자 규모를 줄였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 EU 통계청에서 그리스를 회계자료 조작 혐의로 고발했다. 그 결과 그리스 국채금리가 치솟고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투자를 기피했다. 조작된 국가 통계가 그리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그리스 국민과 이웃 국가들까지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8·31 부동산 대책’ 직전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상위 1%가 사유지의 51%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료는 정부가 저지른 통계 오용의 대표적인 예다. 이 통계는 대부분의 토지가 가구주(家口主) 명의로 돼 있는 우리 현실을 무시하고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로 계산해 부동산 보유의 편중성을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느닷없이 통계청장에서 물러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이임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분기 빈부 격차가 최악이었다는 통계가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코드청장’의 통계청 통계를 국민이 제대로 믿겠나. 불신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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