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전경

국립 경북대학교병원의 중요 보직이나 병원 운영에 중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사 자리가 전문성이나 경험과 관련 없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은 촛불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마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부의 임명장을 받고 4일 출근한 경북대병원 상임감사가 대표적이다. 임기 3년으로 취임한 김진태(64) 신임 상임감사는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했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경북관광개발공사 사장을 맡았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한 칠곡경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부터 국립대병원이자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살펴야 하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김 신임 상임감사는 전문성이 전혀 없다. 올해 상임감사 연봉으로 책정한 예산은 1억2047만9000원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북도의원을 지낸 전임 최윤희 상임감사 임명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공개 모집 공고 때 이미 전문성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며,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각 호의 결격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자’를 자격요건으로 제시했다. 병원 재산 상황의 감사를 비롯해 회계 및 업무의 감사, 정관 규정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의 감사 등의 업무를 맡는데도 전문성을 따지는 자격요건은 없다. 심지어는 3년의 임기가 만료된 후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재임용도 가능하다고 돼 있다.

김진태 감사는 "정치적으로 배려를 받았고, 민주당 코드에 맞는 사람이 배려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낙하산이 다 잘못된 건 아니다. 일을 잘 못했을 때 비판해야 한다. 좀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할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는 촛불 혁명으로 완성한 새로운 정권에 대한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병원 이사회도 지난 6월 경험이나 전문성과 거리가 먼 선출직 이사를 앉혔다. 경북대병원 이사회는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의과대학장, 병원장, 치과병원장, 행정부시장,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 8명이 당연직 이사다. 당연직 이사 8명이 나머지 3명을 추천하는데, 통상 동창회 회장과 경북대 사무국장, 대외협력부총장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관급 장교 출신으로 지역의 전문대학에서 부사관과 교수이자 입학홍보처장을 맡은 인사를 이사로 앉혔다. 교육부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립대병원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경험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해당 교수는 "부사관과 교수 이전에 노무현 재단 등 각종 시민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이력이 장점이다. 기재부나 행정부시장보다 더 전문성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10일 처음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경북대병원의 개선점과 관련해 좋은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경북대병원 한 구성원은 "경북대병원 구성원 모두가 상임감사나 새로운 이사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면서 "어차피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정치권 인사가 배치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바뀔 거라고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이정현 의료연대 경북대병원 분회장은 "공공의료기관이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인사 조치로 본다"면서 "적폐가 쌓인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노조에서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지적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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