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수도산의 KM 53을 다시 잡아다 지리산에 방사했다. 하지만 KM 53은 한 달 만에 또다시 수도산으로 달아났다. 수도산의 무엇이 KM 53을 끌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KM 53이 이렇게 탈주극을 벌이자 “야생에 적응해 살고 있는 만큼 억지로 서식지를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환경단체들과 연구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다시 지리산에 풀어 놓은 KM 53은 결국 세 번째 탈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5월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에 치인 것이다. 버스의 범퍼가 부서질 정도로 세게 부딪힌 KM 53은 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의 뼈가 부러져 장장 1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환경부는 KM 53이 건강을 되찾자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이번에는 김천 수도산에 방사했다. KM 53이 지리산에서 김천의 수도산으로 이동한 원인을 짝을 찾아, 경쟁에서 밀려, 더 좋은 삶 터를 찾아서 등으로 말하지만 전문가들도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KM 53이 지난달 27일 오전 삼고초려의 김천 수도산에 다시 방사됐다. 다행히 수도산의 자연환경이 참나무가 많은 등 반달가슴곰이 살기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KM 53의 안정적 서식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년쯤 암컷 반달가슴곰도 수도산에 풀어놓을 계획이라 한다. 평상시 수도산에 등산을 다니는 주민들이 곰을 만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민이 숲에 들어가기 전 곰의 위치를 확인해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은 일제의 남획,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삶의 터전 파괴, 80년대 이후 몸보신 밀렵으로 멸종된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잘 살아, KM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