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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보고 의무화 담은 '재윤이 법' 마련되나

유가족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 주장 1인 시위 불사
복지부 "국내 실정 맞는 사회적 합의 필요…일단 유보"
병원협 "의료진 과실과 관계없이 갈등 조장 우려해 반대"
환자단체연합 "국회에 문제 제기…법 개정안 통과 촉구"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9월04일 20시58분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고 김재윤 군 유족이 지난달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앞에서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외치고 있다. 전재용 기자.
국내 환자안전법의 첫 시행을 알린 일명 ‘종현이법’에 이어 대구에서 어린이 의료 사고를 두고 환자안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명 ‘재윤이법’이다.

앞서 시행된 종현이법은 지난 2010년 대구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백혈병 치료를 받던 정종현(당시 9세) 군에게 항암제 투여 실수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종현 군 부모는 항암제 투약 지침 배포 등을 요구, 투쟁을 벌여 지난 2015년 1월 28일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 법안을 탄생시켰다.

또한 국내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자율보고를 바탕으로 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운영이 시작됐다.

이후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체계가 중대한 환자에 대해서는 의무보고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면서 개정안 ‘재윤이법’이 나왔다.

재윤이법은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골수 검사를 받다 6살 나이에 숨을 거둔 고 김재윤 어린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재윤이는 지난해 11월 29일 열이 38.5℃까지 올라 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3년 동안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를 받은 점을 근거로 백혈병 재발을 의심, 골수 검사를 진행했다.

일반 주사실에서 검사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나자 재윤이에게 갑자기 심정지가 왔다. 담당의가 심폐소생을 벌여 심장은 다시 뛰었지만, 다음 날 숨을 거뒀다.

사망원인을 놓고 병원 측과 재윤이 부모의 공방이 오가면서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에 따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달 13일 재윤이가 사망한 병원 앞에서 ‘수면진정제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재윤이법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했다.

재윤이 어머니 허희정(40)씨는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재윤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허 씨는 응급상황을 대비한 장비가 없는 일반 주사실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감기로 열이 나면 수면진정제 투여를 4주 후로 연기하라는 ‘대한소아마취학회의 소아진정 가이드라인’도 의료진은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윤이와 같은 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안전사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재윤이 사고 진상 규명과 환자안전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1인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환자안전법 개정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서울 송파구병) 국회의원은 지난 2월 27일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의료기관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감염병에 한해 의사 등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이 아닌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정보의 전파와 대응이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 결과는 유보에 가까웠다.

보건복지부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보고를 의무화해 유의미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활성화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국내 실정에 맞게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정의와 개념이 모호해 의무보고가 이뤄지면 의료진 과실과 관계없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갈등이 조장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고를 감추거나 방어진료를 하는 등 역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재윤이법을 시행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안기종 한국환자연합회 대표는 “응급대처가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 검사를 받은 환자들을 고려해도 사망과 같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 다음 회기 때 제대로 문제를 제기,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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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 전재용 기자
  •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