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진흥…80여 개 행사장서 진행

지난 1일 오후 대구문학관 3층 명예의 전당에서 ‘문학주간2018’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낭독음악극이 열리고 있다.
시민과 문인들이 함께하는 문학축제 ‘문학주간 2018’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와 전국의 행사장에서 열린다.

문학진흥법 시행에 따라 3회째를 맞은 문학주간 올해 주제는 ‘한국문학, 오늘’이다. 모든 국민이 문학을 즐기고 문학의 생활화로 한국문학을 진흥시키자는 취지다.

지난 1일 오후 3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낭독음악극이 열리는 대구문학관.

올해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직대 최창주)가 주최하고, 국제펜한국본,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2018년 지역문학관 특성화사업과 신나는 예술여행 문학 순회사업이 문학주간에 특별히 편성돼 문학관, 중·고교, 도서관, 군부대, 작은 책방 등 80여 개 행사장에서 문학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구는 이날 낭독공연 외에 올해 개교한 달성군 한울안중학교에서 오는 7일 ‘2018년 신나는 예술여행 배움터에 피어난 예술의 꽃’이란 주제로 하청호, 장충열, 이가을 작가가 진행할 예정이다.

경북은 이육사문학관, 객주문학관에서 행사가 있다. 군부대에 있는 병영도서관이 14곳 참여한다.

이날 문학주간 기념 공연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대구문학관 3층 명예의 전당에서 배우 김은환·김민선, 아코디언 홍기쁨, 거문고 박선미가 출연하여 낭독음악극을 진행했다.

연극배우 김은환은 연극과 단편 소설의 만남, 음악과 연극과 문학이 만나 보면서 듣는 재미가 있단다. 했던 작품을 왜 하느냐고 자문하고 할 때마다 감정표현이 다르고 관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진건은 21세에 소설을 발표하고 식민지의 삶을 살면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떼어낼 때부터 글이 달라졌다. 1924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 김첨지 아내의 슬픈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이고 민족의 이야기다. 운수 좋은 날이 가장 슬픈 날이 되어 버린 일제 강점기의 핍박한 현실 고발이다.

낭독음악극 현진건의 대표작 운수 좋은 날은 아코디언과 거문고가 어우러져 시작됐다. 허름한 집 앞에 인력거를 끄는 남루한 복장의 인력거꾼과 거기에 탄 학생을 그린 걸개그림 한편에 희미하니 운수 좋은 날이란 글씨도 있다.

배우 김민선이 다양한 억양으로 운수 좋은 날을 낭독해 가면 걸개 앞에서 배우 김은환은 인력거를 헐떡이며 끌고, 땀을 훔치고, 손을 호호 불며 장면에 맞추어 실연했다. 아내의 죽음을 예감하고 술에 취해 주정하는 장면은 더욱 실감이 나고 코끝이 찡했다. 거기에 음향 효과가 더하고 가곡이 함께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을 메운다.

어느 비 오는 날, 인력거꾼 김 첨지는 나가지 말라는 병든 아내를 두고 돈을 벌러 나온다. 그날따라 유독 많이 벌었다. 하지만 집이 가까울수록 불길했고, 친구 치삼이를 만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사서 집에 가니 아내가 세상을 떠나 있더라는 내용이다.

“에이, 오라질 년, 조랑 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야 이 오라질 년아, 주야장천 집안에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으로 끝나고 박수가 터졌다.

출연진과 함께 사진 찍는 자리도 마련됐다. 운수 좋은 날은 오마주, 드라마, 뮤지컬, 애니, 패러디 등으로도 엮었지만, 이 공연을 통해 운수 좋은 날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껴 본 좋은 기회였다.

대구문학관에서는 독서 장려뿐 아니라 근대문학을 소개하고 공연 예술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난 상반기에도 낭독음악극 봄봄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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