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은 당 태종의 외교전략을 본받아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칼날의 빛을 감추며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 외교전략을 취했다. 경제에 전력을 쏟기 위해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실리주의 전략이었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전 20년 이상 때를 기다렸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평균 9%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력을 바탕으로 점점 자신감이 차올랐다.

2004년 주석에 오른 후진타오는 도광양회의 소극적 전략을 버리고 ‘평화롭게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를 외교 기치로 삼았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선언이었다. ‘화평굴기’는 국제관계에서 참여와 개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 몫을 챙기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으로 발전됐다.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고구려사 왜곡 ‘동북공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진타오는 이후 ‘유소작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국강병’ 전략을 전개했다. 공세적 전략으로 중국의 외교정책이 바뀐 것이다.

2013년 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은 ‘강한 중국’을 내세운 ‘중국몽(中國夢)’ 외교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개혁 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은 외교는 물론 내수시장 육성,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국제화, 산업혁신을 통한 경제체질 전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의 외교전략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한 트럼프 외교와 충돌하고 있다. 전환기의 중국이 미국의 봉쇄전략으로 대표되는 대외환경 변화를 맞아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트럼프의 의심은 합리적인 것이다. 중국에서 3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9일 북한 정권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어 이번 달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을 놓고 벌이는 미중 간 외교전략을 간파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외교전략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