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시절, 차정일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광주에 사는 30대 시민이 현금 3만 원을 동봉해 보낸 편지였다. “당당하게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며 “팀원들끼리 떡이라도 준비해 드시면서 용기백배하시요”가 편지에 적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 씨의 보물발굴 사업 등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에게 시민들의 격려가 연일 쇄도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십 통의 격려 전화로 전화기에 불이 붙었다. 출신지역과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통쾌하다” “계속 그렇게 해달라” “역시 특검팀이다”라는 격려들이었다.

대검 중수부가 손대지 못했던 ‘성역’들을 특검팀이 하나둘씩 깨뜨려갈 때마다 시민들은 환호의 박수와 함께 격려를 보냈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 씨가 구속되고 이형택 씨의 보물사업 개입사실과 국가기관들의 조직적 연루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의 특검격려가 봇물을 이뤘다. 특검팀에게 “수사비에 보태 쓰시라”는 성금제의도 쏟아져 이들을 정중히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제보자의 신고도 많아 수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검출범이후 휴일도 없이 점심 저녁을 특검팀원들은 매일 5000원 짜리 배달음식으로 때웠다.

차정일 특별검사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급여 전액을 팀원들의 수사비와 격려비로 썼다. “변호사 생활로 돈을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105일간의 ‘이용호 게이트’수사를 마친 차정일 특별검사는 “수사 내내 시지프스처럼 무거운 돌을 굴리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여러차례 특검제가 도입된 적이 있었지만 차 특검 만큼 국민적 호응을 받은 특검은 없었다. 이는 차 특검이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수사라는 당초의 목표를 충실히 지킨 것이 한몫 했지만 많은 국민들로 부터 ‘권력의 시녀’ ‘정권의 하수인’으로 낙인찍힌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60일간의 ‘드루킹 게이트’수사를 마감한 허익범 특검에 대해 미진함도 있지만 그래도 검찰보다 낫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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