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내부고발자를 일반적으로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라 하지만 ‘딥스로트(deep throat·직역하면 깊은 목구멍)’라고도 한다. 딥스로트는 세계 언론계의 전설적 사건을 터뜨린 밥 우드워드와 연관이 있다. 원래 딥스로트는 1972년 개봉한 성인영화 제목이다. 딥스로트는 영화의 여주인공이 느끼는 성감대가 목구멍 뒤에 있어서 오럴 섹스를 탐닉한다는 스토리의 포르노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더 유명해지면서 ‘딥스로트’는 ‘익명의 제보자’, ‘심층 취재원’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1972~1973년에 걸쳐 리차드 닉슨 대통령의 몰락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가 취재원을 끝내 밝히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정보를 준 익명의 제보자를 가리켜 ‘딥스로트’라는 별명을 붙인 데서 비롯됐다.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딥스로트의 정체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사건 이후 33년 만인 2005년에야 ‘딥스로트’가 당시 연방수사국 2인자 윌리엄 마크펠트였다는 사실이 한 월간지를 통해 밝혀졌다. 91세의 펠트가 직접 밝히기 전까지 우드워드는 33년간 제보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번에도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우드워드가 백악관의 내부 혼란을 폭로한 책 ‘공포’를 펴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의자를 뒤흔들고 있다. 11일 공식 발간 예정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게리 콘 백악관 전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가 서명한 한미FTA 폐기 문건을 훔쳐 나왔는데도 알지 못한 사실을 비롯해 최측근들의 수많은 불만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자신을 ‘레지스탕스’라 소개하며 익명의 칼럼을 실어 트럼프 행정부를 고발한 ‘딥스로트’도 나왔다.

우리로서는 미국 주류 언론이 ‘백악관이 미쳐 있다’며 공포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독재자 김정은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일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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